교회 생명 윤리 대표 주교 및 사제단이 낙태 무제한 허용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해 국회를 항의 방문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8월 26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에게 각각 주교회의 성명서와 서울대교구 입장문을 전달하고 약 30분간 의견을 나눴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번 방문 후 문창우 주교는 이 사안이 찬반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모두가 회피하고 빨리 해치우고 싶은 문제로 전락한 것에 대해 우려했다. 문 주교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조화가 아닌, 한쪽에 치우쳐진 결정대로 진행에만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라며 “교회가 낙태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불통의 이미지로만 비춰지는 것을 타파하고,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해결책을 도모하고 있는지 간담회 등을 통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특히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교회가 반대해온 낙태의 예외적 허용까지도 삭제해 오히려 무제한 낙태를 가능하게 한 부분과 건강보험 적용 등을 비판했다. 문 주교는 “박 위원장에게 만삭의 상태에서도 낙태가 전면 허용된다는 부분을 교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또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국가가 나서서 낙태를 권장하는 부분도 잘못됐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낙태를 사회·경제적 사유로 허용하는 것은 국가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가정과 사회, 국가의 지원 속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출산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울러 문 주교는 신자들의 적극적 참여도 촉구했다. 문 주교는 “특히 교회 여성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입장을 분명하게 소리 내주면 좋겠다”며 “이제는 생명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간이기에 신자분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대교구 입장문을 전달한 오석준 신부는 낙태 문제에만 매몰되기보다 생명존중 풍조를 만들어 갈 것을 제안했다. 오 신부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행사 때 신자들이 예년에 비해 단순히 낙태 반대보다도 생명 보호의 차원에서 참석한다”며 “차후 법안이 개정됐을 때도 신자들이 진정한 생명의 가치의 기준을 잃지 않도록 교육과 홍보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총무 진효준(요셉)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총무 유주성(블라시오) 신부,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생명대학원장 정재우(세바스티아노) 신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가 동석했다.
앞서 7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각각 낙태죄 대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 제2211653호)을 통해 낙태 허용의 기존 법적 한계를 삭제하고 낙태약 허용과 낙태 수술 건강보험 적용 등을 제안해, 교회와 개신교, 의료계 등이 강한 반대에 나서고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