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 아내는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남편 손한수씨는 끊임없이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침대 위에 매달린 태블릿PC에서 아빠와 딸의 웃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환자복을 입고 얇은 이불을 덮은 채 누워있는 엄마는 미동도 없이 그저 화면만 응시하고 있다.
“현실아, 좀 어때? 괜찮아? 오늘 집에 손님이 오셨어."
손한수(야고보, 43, 인천 신공항본당)씨가 아내 송현실(마틸다, 42)씨 귀에 가까이 대고 말을 건넨다. 아내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남편의 말이 들리는지, 기자가 온 걸 아는지 알 수가 없다. 태블릿PC에선 손씨와 막내딸이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영상이 나온다. 손씨는 “아내가 아이들 나오는 영상은 다른 영상 볼 때와는 다르게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과 찍은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려고 아예 유튜브 채널(송시리TV)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밝게 웃고, 에너지가 넘쳤던 아내는 2020년 쓰러진 뒤 지금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야모야병으로 뇌출혈이 왔고,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2016년 세 살배기 셋째 아들을 같은 병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기에, 손씨의 충격은 더 컸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슬퍼할 틈도 없었다. 그에겐 아내뿐만 아니라 돌봐야 할 세 아이(고1 아들, 중2 딸, 초4 딸)가 더 있다.
“아이들에겐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려요. 그래도 다들 착하게 잘 커 줘서 고맙고요.”
손씨는 병간호를 하느라 2년 넘게 휴직했다. 아내를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 안 다녀본 곳이 없지만, 아내 증상엔 차도가 없었다. 요양시설에 있는 동안은 상태가 더 나빠지는 듯했다. 그는 아내를 자신이 직접 돌보기로 하고 안방을 병실로 꾸렸다. 병원용 침대를 놓고, 전문 재활 기계들도 갖췄다. 아내 병세는 종잡을 수가 없어 손씨는 늘 긴장상태다. 불현듯 피를 토하거나 상태가 안 좋아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잦아서다. 그는 회사에 있는 시간 빼고는 늘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본다.
“매달 이삼백씩 마이너스예요. 빚은 2억 원정도 되고요. 더 이상 돈 빌릴 곳도 없고, 너무 막막해서 아이들을 설득해 우리 가족 상황을 알리는 방송에도 출연했었어요.”
그의 사연은 지난 4월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그는 “방송으로 아이들 속마음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응원해 주시는 댓글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제 사정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그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오로지 아내만을 바라보고 있다. “아내가 얼마나 아픈지, 뭐가 더 필요한지,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면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후견인/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이상희 신부
젊은 가장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손한수씨께서 희망을 잃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 기도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손한수씨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