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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에세이] 순례자와 함께한 특별한 기억 - 네잎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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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순교성지 터는 병인박해 시기, 중영이자 토포영 자리로 신자들의 고문과 처형이 있었던 순교의 현장이다. 수원화성이 건설된 초기, 도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정조가 조선 팔도의 부자를 유치했던 기운이 좋은 팔부자 터(1897년 성당 터 매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성지 한가운데 잔디밭에는 특별히 네잎클로버는 물론이고 다섯 닢 클로버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틈틈이 네잎클로버를 모아 두었다가 단체 순례 해설을 마칠 때 순례자들에게 선물로 드리곤 한다.

 

 

2024년 10월, 미국에서 신부님과 신자 23명이 단체 순례를 오셨다. 순례를 마치고 신부님과 한 자매님께 네잎클로버를 드렸는데 다른 분들도 고국의 성지에서 찾은 네잎클로버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성모님께 기도를 드리고 네잎클로버를 찾은 지 5분, 딱 21개를 발견해 모두에게 나눠드릴 수 있었다. 23명 모두에게 네잎클로버를 전해드리자, 한 분 한 분 눈물을 글썽이시며 감사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오르셨다.

 

 

어느 주말에는 초등학생 복사단과 부모님들이 도보순례를 오셨다. 아이들의 순례가 기특하고 반가운 마음에 두 아이에게 네잎클로버를 전하자 이내 다 함께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 찾기가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대박, 찾았다!” 외침이 들리며 성지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옆을 지나가던 한 신자가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여기가 천국이구먼.”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지난 7월에는 서울대교구 한 본당에서 42명의 단체순례자가 오셨다. 성지 안에 있는 뽈리화랑에서 해설을 하고 모두가 성당으로 이동하는데 한 자매님이 발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사연을 물어보니, 자제분이 소화학교(현 뽈리화랑) 출신인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그날이 52일이 되는 날이라 하셨다. 

 

 

“내 아들이 저 잔디밭(운동장)에서 즐겁게 뛰어놀았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고 자매님과 한참을 마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픔으로 남아있는 성지에 대한 기억을 바꿔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성모님께 기도드리고 잔디밭을 정신없이 찾아 헤맸다. 

 

 

소나무 아래서 작은 네잎클로버 한 개를 찾았고 자매님이 떠나시기 전, 자제분이 뛰놀던 그 잔디밭의 네잎클로버를 자매님 두 손에 쥐여 드릴 수 있었다. 화성순교성지의 네잎클로버에는 성모님의 각별한 은총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글 _ 이창원 바오로(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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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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