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 담당 사제로서 담 안에 계신 수용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주어집니다. 때로는 침묵과 무표정, 불안에 감싸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 깊은 내면에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간절함’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지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향한 준비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가족과의 단절, 경력의 상실, 사회적 낙인, 나를 받아줄 공동체의 부재.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위축시키고, 때로는 조급함 속에서 재범의 위험으로 빠지게 합니다. 더불어 다수의 수용자를 관리해야 하는 교정시설 특성상 격리와 질서 유지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를 더 어렵게 하며,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수용자분들이 언젠가 반드시 우리 사회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올바른 교정·교화와 사회복귀의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됩니다.(유엔, 「넬슨 만델라 규칙」)
교정시설에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합니다. 특별히 사회복귀과, 직업훈련과, 심리치료과 등이 수용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특히 사회복귀과는 종교활동, 인성교육, 가족관계 회복, 편지, 도서, 취업 연계 등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며, 보안과와 더불어 교정시설 운영의 중심축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활동’입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다음과 같이 확인했습니다. “종교는 구속된 자들에게 심적 위안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공하며, 정신건강 회복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헌법재판소 2011.12.29. 선고 2009헌마527 결정) 실제로 종교활동은 수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장 많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구 관할 내에는 7개 교정시설과 소년원이 있으며, 시설마다 공동체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양교도소는 ‘갈멜 공동체’, 여주교도소는 ‘엠마우스 공동체’,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나자렛 공동체’, 소망교도소는 ‘소망 공동체’, 수원구치소는 ‘임마누엘 공동체’, 평택구치소는 ‘반석 공동체’, 안양여자소년원은 ‘소화 공동체’입니다.
이 이름들 속에는 신앙적 정체성이 분명히 담겨 있으며, 매주 봉헌되는 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적 활동을 통해 남녀 수용자들과 학생들이 회복과 새출발을 준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교정시설 안에서 이루어지는 종교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글 _ 유정수 루카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