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 중 하나가 '외로움'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지자체와 교회는 물론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재선 기잡니다.
[기자]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 2023년 11월, 고립과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뇌졸중과 불안, 치매, 우울증, 자살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마다 세계에서 시간당 약 100명, 연간 87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 안위와 직결된 '사회적 질병'임을 강조한 겁니다.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매체 사용이 늘면서 대면 소통이 줄고, 1인 가구가 증가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천만 세대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가구 중 42가 '나홀로' 세대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비롯해 고독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국민이 한 해 3천6백 명이 넘는다는 정부 통계는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정책적 대응은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에게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해 10월 21일>
"24시간 전화상담이 가능한 ‘외로움안녕 120’은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 한통화로 위안과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외로움을 호소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5~60대 중장년층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에서 운영하는 '참 소중한…'센터입니다.
홀로 사는 중장년층과 주민들에게 동네 사랑방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우 신부 / 서울 대학동 고시촌 담당>
"서로 자꾸만 만날 수 있고 또 이렇게 부딪힐 수 있는 그런 관계망을 형성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참 소중한' 센터이고요. 또 그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얼마큼 소중한 존재인지 그 자존감을 다시 회복시켜주는 거,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들을 알려주는 그런 곳이 바로 '참 소중한' 센터고 생각합니다."
이영우 신부는 이웃의 고독한 죽음을 막기 위해 교회는 물론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영우 신부 / 서울 대학동 고시촌 담당>
"고립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주거와 돌봄의 안전망을 세우고 지역마다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됩니다. 교회도, 비신자들도 정말 하느님의 집으로 또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만인의 집으로 정말 이렇게 열린 교회가 돼야 되지 않을까…."
이제는 지자체와 교회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의 유대감을 높이는 정책 발굴과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