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 건물 자체보다 외부 공간을 더 중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옛 성당은 유럽과 달리 사방으로 탁 트인 마당이 특징이었죠. 열린 공간 속에 ‘한없이 열려 있는 가톨릭교회’의 본질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실 호소력 있는 한국적인 가톨릭 즉 ‘K-가톨릭’ 문화는 이미 우리 안에 구현돼 있었던 셈입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찾아내고 구체화하는 일이겠죠.”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원장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마련한 ‘제1회 서울 K-가톨릭 페스타(Seoul K-Catholic Festa).’ 행사 첫 날 ‘한국 문화 안에 살아 움직이는 가톨릭’을 주제로 열린 제1컨퍼런스에서 임근배 건축가(야고보·그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춘천교구 주교좌죽림동성당을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
임 건축가 외에도 음악, 미술, 문학, SNS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전문가 패널들은 “한국인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가톨릭 문화를 페스타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발견함으로써, 사회와 어우러지는 진정한 K-가톨릭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한국 고유의 색채로 시민사회 문화와 적극 소통하는 K-가톨릭 문화 구현을 목표로 이번 페스타를 처음 마련했다. 종교 본연의 의미가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채 탈종교 현상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고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K-가톨릭’을 찾아 나가는 시범적인 문화 복음화 사업이다.
1충 카페에는 채화칠기와 옻칠, 한지 공예, 한글 캘리그래피 등 한국 특색이 묻어나면서도 현대적인 예술 장르에 신앙을 접목한 신자 작가들의 공예 작품이 전시돼, 신자와 비신자 모두가 K-가톨릭 고유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28일 열린 문화 공연 ‘꽃들에게 미래를’은 한국 문학의 승화적 모티프와 전통·현대 음악이 어우러진 합주·가창 무대로 K-가톨릭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호랑나비 애벌레가 불안과 고통을 뚫고 마침내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공연에서 신자 청년 음악인들은 대중음악과 성가의 협연과 국악 연주를 선보였다.
또 영유아사목분과(분과장 이정민 마리안나),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본부장 김영한 노엘라), 가톨릭청년해외봉사단(단장 김군선 프란치스코), 한국가톨릭독서모임(회장 우정수 마르타), 명상센터 ‘봄’(대표 이수련 에밀리아나) 등 연구원 산하 단체도 1층 카페에서 전시·체험 부스를 열고 한국인 생애 주기 안에 구현된 K-가톨릭 문화 활동을 홍보했다. 28일 열린 제2컨퍼런스에서는 실제 생활과 긴밀하게 이어진 K-가톨릭 문화의 미래 지평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행사 개막식에서 김민수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페스타를 준비하며, 그간 연구원이 펼쳐온 세대 포괄적인 사목 여정 또한 K-가톨릭 문화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마중물로 기능해 왔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유의미한 K-가톨릭 문화 발굴을 위해 페스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