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키고자 그리스도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가톨릭기후행동(공동대표 양두승 미카엘 신부·박신자 여호수아 수녀·오현화 안젤라)은 9월 27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 주례로 ‘927 기후정의행진’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멸종반란가톨릭, 의정부교구 청년기후모임 ‘청숲’, 가톨릭농민회, 본당 생태환경분과 등에서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신자 700여 명이 함께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창조주는 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모든 생명을 살리도록 설계했으나 4대강과 새만금 등 이윤만을 생각한 개발 사업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고 생명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창조주의 작품인 자연에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며 “생태계 속에 그려진 은밀하고 아름다운 설계도와 공식을 인지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개발과 수탈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무지요 횡포임을 세상에 알리고 경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사에 참례한 박경순(마리아·서울 흑석동본당) 씨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피조물을 잘 돌보는 일에 동참하고자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함께 되새기는 이런 자리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인숙 수녀(수산나·인보성체수도회)도 “하느님은 곧 생명이시기에,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져야 할 의무”라고 전했다.
미사 후 행사 참가자들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자’, ‘우리는 창조세계의 일원입니다’, ‘우리는 희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 동십자각까지 행진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를 주제로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제주, 청주, 산청, 완주 등 6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서울 행사에는 3만 여 명이 참여했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및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및 사회공공성 강화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및 먹거리 기본권 수립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 등 여섯 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