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2005년 청주교구 음성 대소본당에는 매주 500명이 넘는 필리핀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했다. 당시 본당 주임 김태원(요셉) 신부는 타지에서도 신앙인의 의무를 다하는 이주민들을 위한 영어 미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발을 뗀 본당의 이주사목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본당(주임 남정우 안셀모 신부)은 9월 28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기념해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주례로 이주사목 20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축하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원해진 이주민 공동체와의 친교를 회복하고 함께 새출발하는 분기점으로 삼고자 마련됐다.
이날의 주인공은 이주민 공동체와 이주사목에 기여해 온 이들이었다. 미사에서는 김종강 주교 주례로 이주배경 청소년 4명을 포함한 35명의 견진성사가 거행됐다. 미사 후 김 주교는 음성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이주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임금체불 해결 등에 힘써온 유순익(비비안나) 씨, 통역 봉사자로 활동해 온 성정희(리디아) 씨, 영어 미사에서 제대 봉사를 해온 윤화숙(마리아) 씨에게 감사장을 전했다.
김 주교는 강론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살피시는 예수님의 눈을 닮아 주변의 이주민들을 발견하고,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세상 안에서 이웃 형제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삶이 바로 하느님께서 가치 있게 여기시는 삶”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이주해 24년째 대소면에 거주 중인 이지나 씨는 “영어 미사 덕분에 성사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요즘 필리핀 신자 수가 줄어드는 거 같아 안타까운데 함께 필리핀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사 등을 마련해 주변 형제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당은 그동안 영어 미사 외에도 농구대회·바자회·삼겹살 잔치 등 다양한 행사를 열며 필리핀 공동체와 친교를 나눠왔다. 또한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들을 청주성모병원에 소개해 치료를 돕고, 임금 체불 문제 해결에도 힘써왔다.
한편, 본당은 한국 사회가 이주배경 인구 비율 5를 넘어서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주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남정우 신부는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타 문화를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채로운 지원 프로그램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교회와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교회가 더 주목해야 할 이주사목 대상도 제시했다. 남 신부는 “부모와 다른 국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며 “이들이 잘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