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이하 사폐소위)가 10월 11일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 섬이정원에서 ‘2025 사형제도 폐지 기원 음악회 -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0월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전주교구가 매년 순교자들을 현양하기 위해 진행하는 ‘요안루갈다제’와 함께하는 행사로 마련됐다.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지키고 참된 평화를 희망하며 살았던 순교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죽음의 문화이자 평화의 실현을 가로막는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뜻에서 기획됐다.
음악회는 사폐소위 위원인 하성용(유스티노) 신부, 정민하(율리오) 신부, 전주교구 총대리 김창신(아우구스티노) 신부, 전주교구 사무처장 길성환(베드로) 신부 등을 포함한 사제단과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임원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가수 양지은, 테너 존노, 메조소프라노 변지현, 첼리스트 홍진호, 빈예서, 김광진 씨가 출연해 흥을 돋우는 가요와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클래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출연진들은 공연 사이사이에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DJ 김빛나 아나운서와 생명과 평화 그리고 순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음악회에서는 치명자산성지 관장 김영수(헨리코) 신부와 사폐소위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위원의 특별 대담도 진행됐다. 김 위원은 대담에서 예수님과 한국의 많은 순교 성인들도 사형제도의 희생자였음을 상기시키며, 생명을 앗아가는 잔혹한 형벌인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형제도 폐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고, 유엔(UN)도 전 세계적 사형제도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요안루갈다제는 전주교구에서 1801년 신유박해 200주년을 기념하며 2001년부터 시작됐다. 축제명은 복자 유중철(요한)과 복자 이순이(루갈다) 동정부부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은 “2001년에 시작된 요안루갈다제와 마찬가지로, 사폐소위도 2001년에 공식적으로 주교회의의 소위원회로 설립돼 25년 동안 한국사회의 사형폐지를 위한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일은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기억하신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라 사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영수 신부는 예수님과 순교자들이 끝까지 지켜내고자 한 것은 ‘인간 생명’ 특히 하느님께서 주신 ‘영적인 생명’임을 강조하며, “생명은 그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나눌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교의 다른 말은 ‘순애’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견디고,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가 이뤄낼 수 있는 순교의 길이자 순교의 영성”이라며 현대의 순교자적 삶을 설명했다.
김 신부는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은 작은 일에서부터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돼주는 사랑의 길을 통해 지켜지며, 이 생명이 온전히 보호될 때 평화가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사반세기를 맞은 요안루갈다제가 순교자들의 정신으로 생명을 지켜내고 평화를 이루어 내는 신앙 문화 축제이자 영적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음악회에 앞서 열린 제25회 요안루갈다제의 행사는 순교자 현양 장엄 미사, 유항검 나눔 비빔밥 행사, 평신도 사도직 단체 나눔터로 이어졌다.
성지 섬이정원에서 거행된 순교자 현양 장엄 미사는 김창신 신부가 주례하고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김창신 신부는 강론에서 “이번 요안루갈다제는 신앙 선조들이 보여 주신 생명 존중과 평화의 정신을 기리고 사형제도 폐지를 향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사폐소위와 공동으로 준비해 더 의미 있고 풍요로운 제전이 됐다”고 인사했다.
이어 김 신부는 “순교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닌 일상 속 신앙을 통해 얻는 은총이고, 어떠한 선행보다도 하느님을 향한 애덕을 가장 크게 나타내기에 모든 덕 중에 가장 위대한 덕”이라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길 믿고 바라는 일상을 살아갈 때 우리 역시 백색순교, 녹색순교의 영광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안루갈다 광장에서는 유항검 나눔 비빔밥 행사도 펼쳐졌다. 유항검 나눔 비빔밥은 복자 유항검의 나눔과 자선의 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교구 신자가 직접 지은 쌀 200kg를 나눴고, 전주교구 우전본당(주임 이수현 라우렌시오 신부)에서 비빔밥 재료를 준비해 완성한 비빔밥을 요안루갈다제에 함께한 신자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눴다.
부대 행사로는 평신도사도직단체 나눔터가 마련됐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여성연합회 등 전주교구 소속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이 홍보 활동을 하고 특산물 판매 부스 등을 운영했다. 문서 선교를 위한 수도회 홍보 부스도 마련됐으며, 교구 청년들의 생활 성가 공연도 펼쳐졌다.
사폐소위도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사형제도에 관한 다양한 쟁점과 질문을 다룬 자료를 소개하며, 요안루갈다제 참가자들이 사형제도 폐지를 향한 교회의 입장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