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주년을 맞아 가자지구의 평화를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9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하성용 신부 주례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년, 가자지구의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미사는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종식과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회복을 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가자지구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을 넘어 이스라엘에 의한 일방적인 집단학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치달았다.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6만7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전체 건물의 70 이상이 파괴됐다. 또한 대부분의 의료 시설이 폭격으로 사라졌으며, 5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미사를 공동집전한 정수용 신부는 강론에서 “가자지구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가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기억하는 일”이라며 “기도로 모인 작은 연대들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구조적인 악을 부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미사 중에는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인권평화단체 ‘아디(ADI)’의 이동화(바오로) 사무국장이 가자지구의 참상을 증언했다. 이 사무국장은 “현재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모든 통로를 봉쇄하고 구호물자 반입을 차단해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인 상황에 놓여 있다”며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다’라는 말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은 끝까지 존재하며 전 세계에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례자들은 미사를 계기로 가자지구의 현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하경(로사리오·인천교구 송내1동본당) 씨는 “가자지구를 위해 지금도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거대한 악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영(엘리사벳·인천교구 송내1동본당) 씨도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가자지구의 고통에 무감각해져 있었는데, 신부님 강론 덕분에 다시금 그곳을 향한 시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로 10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2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2000여 명을 석방했으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철수 중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두 세력 간 무력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