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아내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반지하에 혼자 사는 노인이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집에 와 있는데 살펴봐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아내 마르티나는 노인 간호학 박사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고 있어 일부러 연락한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거주지를 방문하였으나 나이가 많은 환자는 본인의 병과 몸 상태를 알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를 살펴보며 더 도움을 드리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요양보호사에게 욕창을 소독할 수 있는 물품만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병원보다 본인이 사는 동네에서 지내고 싶어 집으로 온 환자였지만 혼자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함께 살던 노부부가 계셨는데, 할아버지는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혼자 집에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열흘 만에 퇴원하고 집에 와보니 부패한 상태인 할아버지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할머니가 밤새 슬피 우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직장에서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볼 수 없어 부모님의 의사와 관계없이 요양원 등의 시설에 모시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지내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내년부터 통합 돌봄 법이 발효됩니다. 법의 취지 중 중요한 것은 나이 들어 노쇠해지고 병이 들어 본인이 사는 마을을 떠나 원치 않는 환경에서 지내다 쓸쓸히 죽는 일들을 줄이는 것입니다.
노인들이 살아온 마을에서 남은 삶을 지낼 수 있도록 당사자, 가족, 이웃이 먼저 나서고 의료 지원 단체 나아가 국가가 제도와 예산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하는 공공의료 병원에 너무나 맞는 제도입니다. 마을 자치회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돌봄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해 보려고 합니다. 지자체별로 지역 주민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기존에 진행된 시범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지속가능성이 희박하였습니다.
지금은 돌봄 지원자로 참여하는 분들이 머지않아 대상자로 바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으로 찾아가는 진료를 시작하고 올해에는 지역 방문 의료 센터를 만들어 노인 돌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활동들을 하면서 힘없고 병든 분들이 가장 하느님과 가까운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함께 느낄 형제, 자매입니다. 힘없고 병든 이들을 함께 돌보는 공동체는 물질만능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하느님이 보시기 좋은 공동체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글 _ 김덕원 파스칼 바일론(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