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이웃살이(책임자 안정호 이시도로 신부)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 등이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국내 사업장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의적·상습적인 임금체불을 형법상 ‘절도죄’로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포이웃살이 김주찬 신부(알베르토·예수회)는 9월 2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근절대책 토론회’에서 “올해 10월 시행이 예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임금체불을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취급하던 관행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여전히 사후적 대응에 가깝고 예방적 기능은 아직 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재산범죄보다도 법익 침해가 중대한 임금체불을 해외 사례처럼 한국도 좀 더 명확하게 형법상 ‘절도’로 규정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또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노르웨이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임금체불을 ‘절도’의 범주로 규정하고 보다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한국도 근로기준법에서 형벌로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6년간 기소된 전체 체벌사업주 중 실형 선고가 1.6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낮고, 그 결과로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임금체불을 형사 범죄로 규정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체불 근절 대책」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체불액 대비 벌금액이 30에 못 미치는 사건이 77.6에 달한다. 이처럼 법 규정에 비해 실제 법원의 선고는 낮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의 경우 임금체불을 행정적·민사적인 문제로 보는 인식이 높다 보니 실제 처벌 수위가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율은 내국인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임금체불 규모도 갈수록 증가해 2024년에는 1108억 원에 달한다. 국내 임금체불이 주로 소규모 사업장과 특정 업종에서 발생해 결국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자 중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이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한국의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이 개정법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더 개선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양승엽 박사는 “임금체불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이 미미해 사업주의 상습적 체불로 유인될 가능성이 높다”며 “임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임금채권을 다른 민사채권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듯이 사업주에게 온정적으로 판결하는 관행을 깨고, 과징금과 같은 경제적 제재도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 박정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비롯한 단체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