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제게 처음 돈을 달라고 한 게 체험 학습비 2만 원이었습니다. 먹고 사느라 외식 한 번, 휴가 한 번 같이 가지 못한 못난 아빠 밑에서 잘 자라준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몸이 아픈 아버지가 어렵게 돈을 벌어 자신을 뒷바라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들은 한 번도 하고 싶은 것을 말한 적이 없다. 딱 한 번, 아들은 다니는 복지센터에서 가는 체험 학습비 2만 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김기완(61) 씨는 그런 아들에게 늘 미안하다.
김기완 씨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2011년 아들을 낳았다. 결혼생활 7년이 됐을 무렵 김 씨는 위암 판정을 받았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경제활동도 할 수 없고 언제 잘못될지 모르니 아내를 붙잡을 명분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내가 아들을 베트남으로 데려가겠다는 건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든 한국에서 키워보겠다고 해서 아들만 남겨두고 아내는 떠났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은 뒤 다행히 암세포는 제거가 됐지만 치료받는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빌린 대출금이 3000만 원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비 90여만 원으로는 빚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하지 않고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을 하게 된 김 씨. 하루 벌어 힘들게 아들을 키우던 김 씨는 2022년,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게 됐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대장암이 초기에 발견돼 다행히 잘 치료받았는데, 그 뒤로 일을 무리하게 하면 식은땀이 나고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것도 못 하는 증상이 나타났어요.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며 몸이 안 좋으면 푹 쉬라고 했지만 일을 안 할 수는 없었죠. 9월에는 아파서 10일 정도 밖에 일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몸이 안 좋은 달에 김 씨가 번 수입은 60만 원 정도. 임대아파트 이자 15만 원과 아들 생활비와 교육비 30여만 원을 더해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는 100만 원 남짓이다. 대출금은 매달 이자를 내는 것도 빠듯해 원금은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중 김 씨가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통신비 6만 원이 전부다.
항암치료로 어금니가 모두 빠져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김 씨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죽고 싶을 때도 여러 번이었지만 아들 때문에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학교에서 공부로 상도 여러 번 타오고, 전교에서 10등 안에 드는 기특한 아들이에요. 성인이 될 때까지는 나쁜 길로 가지 않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수원교구 세마본당(주임 홍명호 베드로 신부) 사회복지분과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반찬과 아들 교육비를 지원하고 임대 아파트를 알아봐 주기도 했다. 그 감사함을 잘 알고 있는 김 씨는 “아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더욱 크게 베푸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씨에게 3000만 원은 생을 포기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다. 김 씨에게 건강해져서 빚을 모두 갚은 뒤에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지금은 생활비로 쓰기도 빠듯해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빚을 다 갚는다면 아들을 위해 저축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건강해지면 제가 좋아하는 낚시를 아들과 함께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