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모두 하느님의 백성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전제는 교회를 구성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사이에 상하 계급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공통된 품위와 사명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반하며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 사명에 참여하며 살아가는 시노드 여정. 2021년 10월 시작된 전 세계 시노드 여정은 이제 ‘이행단계’를 맞이하고 있지만, 수원교구는 이미 24년 전 교구민 전체가 시노드라는 이름 아래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체험했고, 새 복음화의 기틀을 세웠다. 교구의 시노드 여정, 어제와 오늘을 돌아본다.
“자! 일어나 함께 가자!”
1963년 교구 설정 이후 성직자와 신자 수가 크게 늘며 수원교구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했다. 물론 외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내적 성찰이 요구되는 다양한 사목적 과제들이 산재했다. 신자 수는 늘어났지만 영세율과 주일미사 참여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냉담자와 거주 미상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대한 기쁨을 다시 찾아야 했던 시기를 맞이하며, 당시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1999년 7월 17일 제1차 수원교구 시노드를 개막했다.
최덕기 주교는 2001년 ‘제1차 수원교구 시노두스의 성공적 마무리와 결과문의 실현을 위하여’ 제목의 사목교서를 통해 “이번 수원교구 시노두스의 목적은 새로운 복음화의 길찾기 에 있다”며 “교구가 새천년기를 맞으면서 당면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기울여오던 복음화 노력들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찾아 온 교구가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노드의 의제를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교구민이 모두 기도하면서 일치 단결하여 교회의 기초를 이루는 소공동체 문제와 교회의 미래가 걸린 청소년 문제만 확실히 타개하여 나간다면, 수원교구는 획기적인 발전을 볼 수 있는 기틀이 잡히게 된다”고 밝혔다.
새 복음화로 가는 여정에서 최 주교가 강조한 것은 성령과 함께 걷는 것이다. 기도하고 겸손을 다하여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식별하는 과정. 교구에서 처음 열렸던 시노드는 내적으로 흔들렸던 교구의 신앙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의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교구는 공동체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식별했고, 효과적인 방법을 도출했다.
교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두의 의견을 담았기에 교구 시노드 최종문헌은 단순히 신학적인 이론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은 ‘지침서’ 및 ‘참고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 차례 경험한 시노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준비 단계에 힘 실어
2021년 10월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는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지역교회들이 경청과 식별, 협의라는 단계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
먼저 교구 준비 단계에서는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구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첫 번째 의안집을 작성하고, 대륙별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후 전 세계 주교들은 2023년 10월 세계적 단계의 주교시노드를 개최한 뒤 각 교구와 대륙별 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모두 취합해 주교시노드 폐막 후 교황 문헌을 발표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동합의성을 체험하며 교회의 사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한 차례 시노드를 경험했던 교구는 교구 준비 단계에서 본당과 단체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개막미사 봉헌과 함께 시노드 실행위원회를 구성한 교구는 교구청 및 각 대리구청 직원 대상 시노드 모임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뉜 가운데 ‘그동안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회(공동체) 사안을 다뤄 왔는지’, ‘각 개인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친교와 함께 교회의 사명 실현을 위해 적극적이었는지’ 또 ‘우리 교회(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사안과 의견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제2대리구 배곧본당과 제1대리구 이현본당, 제1대리구 은계동본당 등에서는 본당 시노드를 개최했다.
교구 공동체에 시노드 주제 활동 활발
교구의 시노드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시노드를 내실화하기 위한 학술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2022년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는 ‘시노달리타스와 한국교회의 수용’을 주제로 국제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에는 이탈리아 토리노대교구장 로베르토 레폴레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도권: 교회의 구성적 차원인 시노달리타스 재발견에 대한 요청’을 제목으로 한 발제를 통해 교회론적 입장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폈다. 2023년에는 ‘교회와 평신도: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향하여’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개최, ‘평신도의 시노드적 참여’, ‘평신도와 성직자의 협력’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 5월에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 사목신학대학원장 살바토레 쿠로 신부가 참여한 가운데 교구 사제들을 대상으로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간담회’도 열렸다.
본당 차원의 시노드 모임도 활발히 열렸다. 제1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은 2022년 7월 시노드 전체모임을 열고 환경 문제, 청소년 사목 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도 2023년 9월 ‘오픈 스페이스’를 열고 본당 공동체에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