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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죽음을 외롭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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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중환자실에서 폐렴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혼미해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주일 전, 요양원에 계시다 발열과 호흡 저하 증세로 입원하신 분으로, 치료 중 폐렴이 악화되어 수액 공급 등 조치를 받으셨으나 끝내 운명하셨습니다.
이분은 생전에 심폐소생술이나 기도삽관 등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가족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들과 함께 기도하고, 고인의 몸을 정갈히 정돈해 드렸습니다. 수원병원은 내년부터 완화의료 병동을 신설해 임종이 가까운 분들을 위한 돌봄을 시작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가족과 함께 감사와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두 달 전, 제 아버지도 선종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파킨슨병 말기 후유증으로 인해 폐렴을 여러 차례 앓으셨고, 6개월 넘게 병원에서 치료받으셨습니다.


오랜 간병으로 지친 어머니와 동생을 대신해 아버지를 수원병원으로 모셔 치료를 이어갔으나,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신 뜻에 따라 다시 광주 병원으로 옮겨드렸습니다.


새벽에 연락을 받고 내려간 후, 본가 근처 노대동본당 주임 신부님이 오셔서 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자녀, 손주들의 감사 인사를 들으시며 저녁노을이 보일 때 선종하셨습니다.


삶의 마지막 시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가족과 친지 곁에서 보내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에게 큰 희생을 요구하게 되고, 병이 진행되면 어쩔 수 없이 시설에 입소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는, 아프더라도 가능하면 단기간 입원 치료 후 집으로 돌아가거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지역 내 요양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합니다. 치료 중심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돌봄이 요구됩니다. 대가족이 사라지고 핵가족, 1인 가구가 늘어난 지금, 돌봄을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년 3월부터 통합돌봄법이 시행됩니다. 법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내가 사는 마을’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합니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가족만이 아닌 지역사회 주민의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건강한 주민이 아픈 주민을 돌봐야 합니다. 기존 시범사업에서는 마을 돌봄 요원, 복지 담당자, 건강 지킴이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됐고,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마을 조직을 기반으로 한 활발한 홍보와 소통,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수원병원이 자리한 장안2동 사회보장 협의체 모임에 참석해, 돌봄의 한 축인 의료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민의 참여가 돌봄의 역량을 좌우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시 차원의 행정적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고 국가의 예산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비록 몸이 아파 성당에는 가지는 못하더라도, 집에서 영성체를 하고 가족과 교우 곁에서 하느님 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글 _ 김덕원 파스칼 바일론(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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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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