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아이만큼은 더 이상 두려움 속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 7월 30일.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어린 아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가위를 휘둘렀다. 부서진 가위 파편이 집안 곳곳으로 튀었고, 겁에 질린 다섯 살 아들이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남편은 이불로 아이를 짓눌렀고 아내 김경숙(가명, 35)씨는 맨몸으로 아이를 안은 채 뛰쳐나가 택시 기사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남편은 그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직업 군인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악몽과 다름없었다. 대학 시절 유아교육학을 전공하며 남편을 만났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그러나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남편은 술만 마시면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 손찌검에 성폭력까지 이어졌다. 샤워기로 목을 감아 위협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쳐 김씨가 뇌진탕으로 머리가 부은 적도 있다. 병원은 입원을 권했지만, 유방암 투병 중인 데다, 다리가 부러진 친정 어머니에게 아들을 맡길 수 없어 포기했다. 김씨는 공포 속에 남편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빠의 폭행, 폭언 탓에 아이는 잘 때마다 방문을 잠그고, 문 앞에 의자를 세워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알코올에 중독된 남편의 상습 폭력으로 김씨와 아들의 몸과 마음은 멍들어갔다. 남편은 현재 군 헌병대 수사를 받고 있다. 법원의 임시보호 조치로 접근이 금지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이들은 여전히 남편이 폭력을 일삼던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남편의 폭행으로 허리에 디스크와 골절상을 입었고, 다리 마비 증상으로 자유롭게 걷기조차 어렵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다. 유치원 교사 일은 이미 관뒀다.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인 김씨의 가장 큰 걱정은 어린 아들이다. 아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 정기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검진조차 못 받았다. 아빠의 폭력을 목격한 아들은 발음이 어눌하고 늘 주눅이 들어 있다. 언어 발달 지연과 불안 증세도 보인다.
현재 수입은 전무하다. 복지센터가 지원해준 긴급생계비로 버티고 있지만, 생활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하며 모아둔 적금 1000만 원도 생활비로 다 썼다. 그것도 모자라 은행에서 900만 원을 긴급 대출받았다. 모자의 치료비는 매달 50만 원이 넘는다. 이혼 후에는 군 관사에서 퇴거해야 해 아이와 머물 새 보금자리 마련 또한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