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10월 30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견학하는 ‘2025년 주교 현장 체험’을 열고, 생물 다양성 회복과 식물 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현장 체험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야생 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하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자리하고 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한 생물 멸종 위기에 대비해 종자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글로벌 시드볼트가 주로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 것과 달리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 보존에 특화돼 있다. 현재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에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 멸종위기식물 등 6180종, 28만8468점이 저장돼 있다.
현장 체험 참가자들은 수목원 내 산림환경연구동에서 시드볼트에 종자가 저장되는 과정과 종자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을 상기하며 건강한 지구 생태계 유지를 위한 야생 식물 보호 필요성에 대해 성찰했다.
이어 종자를 영구 저장하고 있는 시드볼트를 직접 찾아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자연 생태계를 인간의 손으로 복원하는 현장을 돌아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기후 위기로 지구 곳곳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종자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현장을 보면서 피조물을 보전하기 위해 신앙인들이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이가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는 현장을 찾아 보고 배우며 지구환경 지키기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를 대비해 씨앗을 보존하는 시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뜻깊게 다가왔다”며 “기후위기로 모든 동식물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공동의 집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백두대간수목원 방문에 앞서 현장 체험 참가자들은 안동교구 춘양성당에서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플로라·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복원지원팀장)의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과 이 시대의 돌봄’ 강의를 들었다. 허 박사는 개발이나 산불로 훼손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말 못 하는 생명체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신앙인의 관심과 실천을 강조했다.
이번 현장 체험에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와 위원 등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