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에 확산되면서, 안중근(토마스·1879~1910) 의사를 재조명하는 문화 콘텐츠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연구소(소장 김효신 체칠리아)와 안중근의사기념관(관장 유영렬)이 10월 31일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 문화 속에 나타나는 안중근 현상’ 주제 열 번째 학술대회는 안 의사 관련 문화에 내포된 의미를 밝히는 자리로 관심을 끌었다.
김윤미 계명대학교 교수는 ‘소설 「하얼빈」과 영화 <하얼빈>의 시간 구조 연구’ 주제 발표에서 두 작품의 시간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하얼빈 의거가 개인의 죽음과 공동체의 기억이 만나는 ‘시간의 윤리적 지평’으로 확장됨을 드러내고자 했다. 김 교수는 먼저 “두 작품은 하얼빈 의거를 감행한 젊은 안중근의 고뇌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모두 안중근 개인의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작품에서 하얼빈 의거의 의미는 ‘그때 거기’의 과거로 고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윤리적 질문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정치적 함의를 갖는다”며 “여기서 시간은 재현의 배경이 아니라 주체의 형성과 공동체적 기억을 산출하는 형식적·윤리적 장치”라고 말했다.
김경남 경북대학교 역사문화아카이브연구센터장은 ‘안중근 기록의 최전선 출처주의(Provenance)에 따른 대한국인의 삶과 기록’ 주제 기조강연에서, 기존 연구에 간과됐던 기록의 공백과 단절을 확인하고, 안중근 기록 연구의 최전선을 제시해 향후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김 센터장은 “일제의 안중근 기록 은폐로 인해 여전히 공백과 단절이 존재한다”며 “미확인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1차 사료를 발굴하고, 일본 외무성, 도쿄재판소 등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은폐된 유해 매장 기록, 최고 결정자 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리우미 유타카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일본 내 이토 히로부미의 긍정적 재평가 움직임을 지적했다. 도리우미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의 재평가가 오히려 역사적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한국인 입장에서 ‘영웅’ 안중근이 ‘악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문종명 공주대학교 명예교수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나타난 서법(書法)의식’, 조순 안중근연구소 연구교수가 ‘한·중·일의 동양평화론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