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화서역에서 내려 수원병원 가는 길을 물어보니, 동네 주민이 “우리 동네에 수원병원이 있어요?”하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원병원은 동네 주민들조차 무관심한 병원이었습니다. 메르스나 코로나19처럼 재난 시대에나 존재 가치가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신종 감염병 위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역사회 돌봄의 강화가 필요해짐에 따라, 수원병원은 공공병원 즉 공중보건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이 요구됩니다.
수원병원의 모토는 ‘모두를 위한 열린 병원, 믿을 수 있는 진료, 돌봄의 중심’입니다. 작년부터 재택의료 센터를 갖추고 지역사회를 찾아가면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어루만지는 돌봄 기관으로 역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이 주축이 되고 복지, 행정, 의료 기관이 연대한다면 누구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관심 속에 병원의 역할이 커지고 지역 주민의 돌봄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우선 병원 인근 동 사회보장 협의체 등 마을 주민조직 모임에 참석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제가 30년 넘게 살고 있는 마을에는 40년 이상 된 주택과 최근 재개발된 신축 건물이 섞여 있습니다. 다가구주택에는 반지하가 여러 가구 있고 독거노인과 직장인 등 1인 가구가 많습니다. 어르신들은 건강을 위해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마실을 꼬박꼬박 다닙니다.
노인 간호학 박사이자 사회복지사인 제 아내는 지역장을 하면서 성당 교우들과 함께 마을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거 환경개선, 반찬 배달, 외식과 나들이 동행 등의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시청 복지팀 근무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빚 탕감을 위해 공익 법률구조 공단의 협조를 구해 복잡한 업무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돌봄 영역의 한계는 없는 듯싶습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노쇠하거나 병을 앓고 계시는 분을 뵐 때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의료 돌봄이 있으면 하는 여론을 듣고 있습니다. 주민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의료 및 행정기관의 지원을 위한 만남이 필요합니다.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있을 당시 신앙 공동체는 함께 모여 지내면서 일하고 모은 재산을 신앙 공동체 식구들이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고 특히 외롭고 병든 사람에게 다가가 연민과 사랑의 은총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느낄 때 기도하고 은총을 나누는 곳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병들고 좌절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과 위로는 큰 힘이 되어 누군가의 재기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가장 큰 은총은 사랑이고 서로 사랑으로 돌봐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사랑의 완성입니다.

글 _ 김덕원 파스칼 바일론(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