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 순교자의 숨결이 깃든 성지에 모인 청년들이 신앙과 문화를 아우른 축제를 통해 성인(聖人)의 삶을 체험하고, 일상에서 그 정신을 살아낼 것을 다짐했다.
수원교구가톨릭문화원(이사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과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사무국장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는 11월 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제1회 홀리스타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홀리스타 페스티벌은 청년들이 성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나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신앙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는 코스프레 대회,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의 토크 콘서트, 미사 그리고 수원 화성행궁까지 이어지는 행렬 등으로 이어졌다.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참여한 코스프레 대회에서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 김효주 아녜스, 복자 유중철 요한·이순이 루갈다 부부 등 성인들을 비롯해 게임 <원신>의 캐릭터인 카에데하라 카즈하까지 다양한 인물이 무대에 등장했다. 총 14개 팀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인물들을 표현했다.
현장에서는 관람객들도 직접 준비한 의상이나 한복을 대여해 입고 페스티벌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복자 유중철 요한·이순이 루갈다 부부의 순결한 사랑과 동정 서약, 녹색 잎을 들고 무대에 선 성녀 김효주 아녜스의 신앙적 상징을 통해 성인들의 삶과 정신을 새롭게 되새겼다.
가족이 함께 팀을 이룬 ‘뽀실리아’ 팀은 자녀의 세례명인 성 체칠리아를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와 악보를 활용한 연주 퍼포먼스를 통해 교회 음악의 수호성인을 재치 있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성인을 표현하는 과정은 청년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계기이기도 했다.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고통의 성모로 분장해 무대에 오른 정민영(데레사·의정부교구 다산본당) 씨는 “고통을 인내하고 이겨내 천상모후의 관을 쓰신 성모님을 생각하며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하느님을 잊지 않는다면 희망이 찾을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탄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성녀 마르가리타를 코스프레한 염수정(아델라·수원교구 신갈본당) 씨는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심해 그동안 성당에 갈 수가 없었는데, 사탄의 머리를 내리친 마르가리타 코스프레를 준비하면서 내 안에 있던 두려움을 조금씩 깨 나갈 수 있었다”며 “솔직한 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 밀라논나 장명숙 씨는 청년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고민을 경청한 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행복한 삶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페스티벌은 코스프레한 성인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모여 성지 밖, 즉 세상 밖으로 나가는 행렬로 마무리됐다. 성인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앞세운 청년들은 수원 화성행궁까지 걸으며, 성인들을 세상에 알리고 복음을 전하는 여정에 동참했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부국장 양두영(레오) 신부는 “오늘 성인들의 모습으로 함께 행렬한 이 여정은, 우리의 삶이 천국을 향한 순례길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며 “그 길을 친구들과 그리고 성인들과 함께 걷고 있음을 깨닫는 체험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