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장 이성효 주교(리노,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마산교구장)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일부 사람에게만 유익한 선(善)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공동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11월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제10회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AI 시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참여’를 주제로 발제하며,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AI 윤리에 대해 제언했다.
이 주교는 100년 전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통찰을 빌려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를 규정했다. 과르디니는 ‘기술 문명 속 새로운 인간’에 대해 성찰하며, 기술 문명이 인간 내면을 파괴하고 형태 없는 존재로 만들 때 인간은 자연·세계·이웃과 단절되며 새로운 형태의 약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주교는 “기계를 중심으로 자신을 재형성한 인간은 하느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더 이상 자신이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며 “새로운 기술 문명 앞에서 인류는 깊은 정신력과 내면의 힘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가 발표한 AI와 인간 지성에 관한 문헌 「옛것과 새것」을 통해 AI의 양면성에 대해 진단했다.
「옛것과 새것」은 ‘AI 시스템의 설계·실행·사용은 언제나 인간과 공동선에 봉사해야 하며,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 포함시키는가가 우리의 인간성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못박는다.
이 주교는 “문헌은 AI의 발전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존엄이 가장 먼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AI가 ‘능력’ 중심으로 인간을 평가하고, 의료·교육·노동 영역에서 부유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AI는 맞춤형 학습 도구로 학습 장벽을 낮추고,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조기 진단과 원격 돌봄 등에서 놀라운 기회로 기능할 수 있다”며 AI의 가능성을 짚었다.
이 주교는 AI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강조했다. 이 주교는 “참여 없는 존엄은 공허하고, 존엄 없는 참여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교회는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의 말을 인용해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며 “존엄이 배제된 행복은 결코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퍼런스에서는 ‘인류와 손잡은 휴머노이드: 기술과 감성의 접점’, ‘AI 국가의 지능, 기술사회 정책의 뉴프레임’, ‘인간 중심 AX의 미래 비전’ 등 세션이 마련됐다. 발제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 수석, 린이빙 전 대만 과학기술부 차관, 오가타 데쓰야 일본 AI로봇협회장, 천선란 SF 작가 등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