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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내가 성당에 다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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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그렇게 성당을 열심히 다니냐?”


제가 주말도 아닌 평일 전례 봉사를 위해 성당에 가야 한다고 하자, 친구가 내뱉은 말입니다. 몇몇 친구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 힘들진 않냐?”라며 저를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묻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당연히 힘들지! 힘든데...뭐, 그냥?”이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 화제로 대화를 옮기곤 합니다.


사실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질문은 저에게 많이 들어옵니다. 새벽 미사에서 저를 본 본당 신부님도, 저와 청년회 활동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저에게 성당을 왜 그리 열심히 다니냐고 질문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친구들에게 한 대답과 같이 “그냥”이라는 말로 일관되게 답합니다.


질문받은 이후에도 제가 성당을 다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그냥’이라는 이유 외에는 더 설득력 있는 답변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신앙적인 체험이나 본당 신자분들의 사랑도 제가 성당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에게 성당을 다니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뭐는 뭐 때문에 해야 하고, 또 어떤 것은 어떤 것 때문에 해야 하고’라며 제각각의 요구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 요구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이유라는 꼬리표가 달려야 하는 세상이 피곤하고 귀찮기만 했습니다.


이런 합리적인 세상과 달리 성당은 비합리적입니다. 성당에서 가르치는 교리만 보더라도 비합리성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손해를 볼지언정, 지나가다가 힘든 사람을 보면 도우라니, 저는 이토록 비합리적인 가르침은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이런 가르침들의 이유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성당의 이런 점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성당에 간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험 성적이 오른다거나 제가 더 성실하게 삶을 살아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성당이 저에게 준 대가는 부담으로 느껴져 성당을 꾸준히 다니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성당은 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성당에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가 성당을 다니는 이유는 모든 것에 이유와 대가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냥’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_ 조각희 프란치스코(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총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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