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8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韓·日 주교단, 강제 징용 조선인들 수몰된 ‘조세이 탄광’ 찾아 추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11월 17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한 해변. 태평양 전쟁 당시, 강제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136명이 수몰된 조세이 탄광(長生炭鑛)의 배기구(피야, ピ?ヤ)가 보이는 이곳에 <고향의 봄>이 울려 퍼졌다.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바다에 띄운 꽃송이들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한일 주교단은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앞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잊혀져 가던 조세이 탄광의 조선인 강제 징용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 전쟁 중 석탄 확보를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채굴 작업을 벌인 해저 탄광이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무리한 작업이 이어졌고, 결국 1942년 2월 갱도 천장이 무너지며 해수가 밀려들어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탄광회사 측은 참사를 축소·은폐하려 시도했고 일본 당국도 조사에 미온적이었지만, 일본 시민단체들이 진상 규명에 나서면서 조세이 탄광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2025년 8월 ‘조세이 탄광의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한국과 일본 잠수부들과 함께 희생자의 유골을 발굴하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올해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주관한 히로시마교구는 교구 관할 지역에 자리한 조세이 탄광 방문을 통해,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라는 모임 주제를 보다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일 주교단에게 조세이 탄광에 얽힌 역사를 소개한 ‘조세이 탄광의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조세이 탄광 참사는 일본이 강제 징용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으로, 추도비에 ‘강제 징용 한국·조선인 희생자’라는 문구를 새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우리는 유골을 발굴하고 있지만, 이 과정 자체가 일본의 가해 역사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 주교단은 조세이 탄광 희생자 추도비 앞에서 기도를 바친 뒤 추도 광장, 물에 잠긴 탄광 입구 등을 둘러보며 이노우에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조세이 탄광이 보이는 해변에서 기도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바다에 꽃을 띄웠다.


한일 주교단에게 <고향의 봄>을 부르자고 제안한 나고야교구장 마쓰우라 고로(미카엘) 주교는 “30여 년 전 청년들과 강제 징용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노래를 배워 희생자들의 무덤 앞에서 부른 기억이 있어서 오늘 함께 부를 것을 청했다”며 “누구에게나 고향은 돌아가고 싶은 곳인데, 정말 힘들고 고달팠을 그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이제 평안히 잠드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이곳에 뒤늦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일 주교들이 이 고통의 현장에서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이 뜻깊은 자리가 미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1-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1. 18

잠언 4장 23절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거기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