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의 희년,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절임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리고 있다.
“예수님께서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 잘 아시죠? 그러니까 우리 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정성을 담아 맛있게 김장해 봅시다. 이 김치를 드실 분들이 바로 ‘예수님’이니까요!”
제9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서울대교구청 별관 주차장에서 교구 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의 시작 기도가 끝나자마자 위생복·고무장갑 등으로 완전무장한 봉사자 400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특히 절임배추에 꼼꼼히 김칫소를 버무리는 주부 9단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희년과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자 교구 사회사목국이 마련한 ‘가난한 이의 희년, 김장 나눔 행사’ 풍경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는 주교좌명동본당을 포함한 각 본당 신자들과 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위원회(단체)와 청소년국·신학생 등이었다. 베트남에서 유학 온 신학생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의 노력 끝에 완성된 김치의 양은 16ℓ짜리 김치통으로 700여 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를 비롯해 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이주사목위원회와 한국중독연구재단(KARF) 산하 단체에 배분돼 다양한 취약계층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가난한 이의 희년,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이날 현장을 찾아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묵주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 대주교는 “우리 교회가 어렵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직접 보여주고 계신다”며 “주님 사랑을 마음속에 가득 채우고 가셔서 각자 삶의 자리에서도 봉사의 기쁨을 나누는 신앙생활을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과 봉사에 참여한 이은정(요세피나, 목5동본당)씨는 “배추와 김칫소 양을 보고 처음엔 ‘이걸 어떻게 다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일사천리로 해낸 걸 보고 단결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국중독연구재단 카프감나무집(재활시설)에서 근무하는 김민정씨는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봉사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비신자로서 가톨릭의 나눔과 봉사 정신에 감동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