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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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주교교류모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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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다.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한자리에 모인 한일 양국 주교 33명은,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평화를 위한 공동 연대를 다지는 다양한 활동에 함께했으며,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를 어떻게 전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전후 80년, 함께 평화를 그리다


모임 첫 강의를 맡은 나카이 준 신부(예수회 일본관구)는 조선학교와 함께하며 일본과 한국, 양국에 상처를 받아온 재일교포들의 삶을 전하고, 교회가 함께하며 상처를 치유한 사례들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벽을 넘기 위해서 한일 교회가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이를 통해 또 다른 생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히로시마평화교육연구소 이승훈 씨의 ‘한국의 관점에서 본 원폭 자료관’ 주제 강의도 마련됐다. 그는 한일 공동 역사 교재 제작을 위해 23년간 활동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만이 아닌,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중국과 필리핀 등지에서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며 “히로시마가 진정한 평화의 도시가 되기 위해선 전쟁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회복 ▲재발 방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교단은 11월 19일 평화기념공원 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함께 기도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했다. 위령비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1970년 한국에서 제작한 뒤 히로시마로 옮겨 세운 비석으로, 비문은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의 부친인 이효상(아길로) 의원이 썼다. 


80년 전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7만 명이 사망했고, 이후로도 피폭 후유증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사도시였던 히로시마에는 강제 징용된 수많은 조선인이 살고 있었기에, 당시 희생자의 약 20는 조선인이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전쟁이라는 참상을 알면서도 군비경쟁을 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가 평화를 지향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면서 “한일 주교단의 일치를 통해서 함께 지혜를 모으고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는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대를 통해 미래를 그리다


“한일주교교류모임 안에서 8월 15일 선종하신 유경촌(디모테오) 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라파엘·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요코하마교구장)는 개회사에서 일본 주교단의 부탁이라며 고(故) 유경촌 주교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마련했다.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알렉시오) 주교도 11월 20일 히로시마교구 주교좌인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거행된 미사 중 고인을 위한 지향을 잊지 않았다. 유 주교의 선종을 ‘한국교회’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로 여긴 것이었다. 이번 모임은 양국의 주교단이 국경을 넘은 끈끈한 형제애를 나눈 시간이었다.



모임 중 주교단은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돈독한 우애를 이어 주고 또 이를 통해 평화를 꽃피워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젊은이들의 축제, 2027 서울 WYD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다. 주교단은 서울 WYD 참가자들이 행사 전후 일본 교회를 경유하는 것이나, WYD 이전에 한일 청년들의 대회를 여는 의견 등을 공유했다.


모임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한국 주교단은 11월 17일 방문한 조세이 탄광의 유해 발굴을 지원하기로 했고, 일본 주교단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베드로) 대주교는 “언어와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은 그리스도의 평화 안에 살아가면서, 그 평화를 전하고자 하는 뿌리가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면서 “한일 주교단이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진정한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전해지도록, 모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일본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미래 평화 주역인 젊은이들 위해 연대해야”
“아시다시피 히로시마는 인류 최초의 피폭지입니다. 한일 주교님들이 함께 전쟁의 상처를, 또 거기서 나온 여러 문제를 살피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히로시마교구 시라하마 미쓰루(알렉시오) 주교는 이번 모임이 열린 장소의 의미를 강조하며, “히로시마는 군사도시에서 평화의 도시로 거듭난 곳이자,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꾸준히 호소하는 상징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핵폭탄으로 수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희생된 히로시마이기에 한일 주교들에게 한일 역사를 되새기는 중요한 공간이 됐다. 2001년 모임도 이곳 히로시마에서 열려 한일 주교들은 한일 공동 역사 부교재 제작을 모색하고, 양국의 역사에 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시라하마 주교는 “히로시마에서 모임을 한 지 20년이 지났고, 주교님들도 대부분 바뀌어서 다시 히로시마에서 열기에 적절한 시기라 생각했다”며 “한일 교회가 다시 하나 되어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주교님들이 마음을 모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히로시마교구는 이번 모임에서도 조선학교, 원폭 자료관 등을 주제로 한 강의나 사전 일정이었던 조세이 탄광 방문 등을 준비, 양국을 둘러싼 역사를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역사 인식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연대를 다짐한 것은 더욱 뜻깊었다. “젊은이들은 미래 평화의 주역입니다. 2년 후 서울에서 열리는 WYD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의 젊은이들이 세계 평화를 위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힘을 합쳐나가고 싶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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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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