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 에세이] 자전거 성지순례의 끝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1일 차에는 70km, 2일 차에는 50km, 3일 차에는 40km, 4일 차에는 30km를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아쉽게도 한 달로 계획한 제 자전거 여행은 4박 5일 만에 끝이 나버렸습니다.


사실 제 자전거 여행이 계획보다 금방 끝날 거 같다는 직감은 3일 차 때부터 들었습니다. 전날 수리산성지에서 노숙해서 그런지 몸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허벅지와 무릎의 통증이 느껴졌고,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빗길에 자전거에서 내렸다 올라타기를 반복하며 여행을 이어 나갔습니다. 다른 날과 비교했을 때, 짧은 거리의 일정이었지만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남양성모성지 근처 찜질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잠에서 깬 후, 몸을 씻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을 때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어제와 다른 장소에서 잠을 자며 충분히 회복했다고 생각했지만, 발을 구른 지 10분 만에 몸 상태가 3일 차 때보다 더 안 좋아진 것을 느꼈습니다. 힘겹게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했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미사 중 기도했습니다.


‘지금의 제 몸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처음에 제가 계획했던 한 달간의 자전거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 희미해졌습니다. 그로 인한 절망과 여행을 온전히 마치지 못할 거 같은 불안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이 저를 제 의지와는 정반대의 길로 이끌려 하는 거 같습니다. 차라리 이럴 거라면 제가 꿈꿀 수 없게 더 가혹한 상황을 만들어 주십시오. 제 의지가 지금과 정반대의 길로 향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되더라도 제가 꿈을 포기했다는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미사가 끝나고 저는 싫든 좋든, 다시 성지순례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기도가 통했던 것인지, 상황은 더 절망적이었습니다. 허벅지 근육에는 부하가 걸려 페달을 더 이상 밟을 수가 없었고, 무릎의 통증 또한 극심했습니다. 


남양성모성지에서 출발하고 30분도 채 안 됐을 때부터 자전거 도로는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 결과 저는 차들이 다니는 일반국도에서 자전거를 타야 했습니다. 일반 차량뿐만 아니라 중장비 차량도 빠른 속도로 제 옆을 지나가며, 흙먼지를 날리고 돌을 튀겨댔습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을 수조차 없는 몸 상태였기에, 내리막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에서 걸으며 성지순례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가까스로 요당리성지 근처에 있는 모텔에 도착했고 저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자전거 성지순례를 마쳐야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글 _ 조각희 프란치스코(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총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2-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20

2티모 2장 8절
주님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 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