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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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C ‘희망의 대순례’가 남긴 것 (상)] 아시아교회 난제 풀어갈 ‘빛과 소금’ 되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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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는 현재 심각한 종교 간 긴장, 빈곤과 이주 문제, 디지털 격차, 청년 세대의 신앙 이탈, 기후 위기 등 복합적 난제 속에 있다.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희망의 대순례’는 이런 현실을 ‘아시아교회 전체의 질문’으로 규정하며, 교회가 이 시대에 희망을 어떻게 증언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내놓았다. 기조연설 등을 중심으로 이번 여정이 아시아교회에 남긴 핵심 메시지를 정리한다.



희망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부장관)은 ‘희망의 새로운 순례자들로서 다른 길을 걸어가기’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동방박사와 헤로데를 대비시키며, 희망의 길과 절망의 길을 선명하게 그렸다.


타글레 추기경은 “동방박사는 별과 창조를 바라보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예루살렘에서 율법학자들에게 묻고 배우며, 예언의 말씀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났지만, 헤로데는 자신이 가진 권력에 갇혀 말씀을 들어도 변화하지 않고, 결국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을 죽이고 공동체를 상처 입히는 폭력으로 나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님이 먼저 ‘다른 길’을 선택하신 분”임을 상기시키며,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신학적 힘”이라고 강조했다.


평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삼중 대화’(다종교·다문화·가난한 이들과의 대화)를 강조해 온,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전 FABC 의장·전 인도 봄베이대교구장)은 평화를 아시아교회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폐막 패널 토론에서 이번 대순례 자체를 ‘공동체적 희망의 증거’로 정하며 “아시아의 현실이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소명은 평화”라고 밝혔다. 이어 “그 평화는 행동, 회심, 일치, 그리고 약자를 위한 증언을 통해 자란다”고 덧붙였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다양성, 선교의 이야기, 평화에 대한 기도, 교회의 도전은 기억으로만 남으면 실패”라며 “행동과 회심, 일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아시아의 미래에 싹이 튼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태도로 ▲새로운 겸손(민중에게 배우는 겸손) ▲새로운 용기(기쁨으로 복음을 증언하는 용기) ▲새로운 동반(가난한 이·이주민·여성·청년과 함께 걷는 교회) ▲새로운 희망(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아시아를 빚어 가신다는 믿음)을 제안했다.


동행


사이먼 포 대주교(말레이시아 주교회의 의장·쿠칭대교구장)는 ‘아시아의 민족으로 함께 여정을 걸어가기’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교회의 외연 확장을 요청했다.


“아시아교회가 단지 내부의 신자들만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가난한 이, 이주민, 소수민족, 주변부 공동체와 실제로 연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포 대주교는 이런 ‘공동의 순례’가 “진정한 아시아적 선교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전통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복음을 나누는 ‘공존의 선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야기


파블로 비르질리오 데이비드 추기경(FABC 부의장·필리핀 칼로오칸교구장)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삶으로 실천하고 나누기: 아시아의 민족으로서 2033년을 향하여 걸어가기’를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아시아교회의 선교를, “예수님의 이야기를 살아내고,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데이비드 추기경은 엠마오 이야기를 언급하며 “예수님은 먼저 다가오고, 먼저 듣고, 동행하는 하느님”이라고 말하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단지 ‘말’로만 ‘가리키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의 현존을 드러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날 예수님은 아시아 어디를 걷고 계신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이주민·가난한 가정·청년·폭력 피해자·원주민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드러난다”고 답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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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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