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12월 14일 자선 주일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고,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들의 아픔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밥이 되어 주는 사랑’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조 주교는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선행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다”며 “하느님 나라는 철저하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자비이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가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바라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신을 한없이 낮추고 비워 인류 모두에게 ‘밥’이 되어 주신 그리스도의 모범적 사랑을 따라 영혼과 육신이 허기진 이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놓는 자선 실천을 강조했다.
조 주교는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는 굶주리고 목마른 어려운 이들을 언급하고, 그럼에도 약육강식의 질서하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대사회에 우려를 전하며 “진정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타인에게 밥이 되어 주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는 단순히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만을 뜻하지 않으며,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는 마음도 밥이 되어 주는 것이며,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주교는 “다른 사람 없이 우리만 하느님께 나아간다면, 다른 사람 없이 우리 홀로 집을 찾아 들어온다면 그분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겠습니까?”라는 프랑스 가톨릭 시인 샤를 페기의 말을 인용해 인류 공동 구원의 길인 자선의 의미를 환기했다.
아울러 천사와 짐승의 중간 존재와 같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으로 우리는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고, 내 밥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를 천사의 세계로 이끈다”고 말했다.
조 주교는 “아직 짐승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많고, 우리 자신도 때때로 짐승과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자비는 이따금 우리에게 천사의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며 “천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