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FABC ‘희망의 대순례’가 남긴 것 (하)] “함께 걷고 말하자” 성령 안에서 손 잡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FABC ‘희망의 대순례(The Great Pilgrimage of Hope)’는 아시아 교회가 복음화의 과제를 공유하고 서로의 현실을 비추는 자리였다. 이런 문제의식은 선언이나 구호에 머물지 않고, 대회 운영 방식과 참가 구조 전반에 ‘시노달리타스’라는 접근 방식으로 반영됐다. 희망의 대순례가 ‘함께 걷는 교회’를 어떻게 실제로 구현했는지 살펴본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11월 29일,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국제 순례지인 성 안나 바실리카(Minor Basilica of St. Anne)에서 봉헌된 미사는, 아시아의 다양한 교회들이 ‘순례자로서 함께 걷고, 함께 말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영적 정점으로 자리했다.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부장관)이 주례한 미사는 장애인석을 제대 가까이에 배치하고, 평신도·수도자·성직자가 제단을 중심으로 자리한 가운데, 대회 동안 논의된 ‘삼중 대화(Triple Dialogue)’와 ‘다른 길로 돌아가기(A Different Way)’라는 실천적 주제를 전례적으로 완성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 구성 자체에서부터 ‘함께 걷기’를 지향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의 약 70를 평신도로 구성했으며, 실제로 평신도 422명은 추기경(10명), 주교(104명), 사제(155명)를 합한 성직자 수를 웃돌았다. 특히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강조하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런 강조는 단순한 상징이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대회 준비 단계부터 진행 전반에 걸쳐 발언과 참여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워크숍과 소그룹 토론, 상호 발표 세션 역시 단순히 강연을 듣는 형식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서로의 현실과 고민을 나누며 공동 식별을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주교와 사제들은 물론 라오스, 브루나이, 중앙아시아 등 소규모 교회에서 온 대표들까지, 32개국 참가자들이 무작위로 80여 개 테이블에 섞여 앉아,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성령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대회 운영의 기본 틀로 자리했다. 주제 발표에서도 각 발표 후 잠시 침묵 속에서 내용을 묵상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는 경청과 대화로 ‘함께''의 길을 찾는 시노드 방식을 실제 프로그램에 적용한 사례로 읽힌다. 홍콩에서 참가한 비비언 리 씨는 성령 안에서 대화에 대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처럼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와 함께 걸어주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교회 전체가 복음화의 사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시노달리타스의 한 장면을 보았다”고 전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의와 젠더 관련 주제들이 의제로 마련된 점도 교회 주변부에 놓였던 목소리를 모두의 의견으로 듣고자 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시아의 사람들로서 함께 길을 걸어가며…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 참조)는 대회 주제 또한, 기존의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공동 식별의 길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흘간 이어진 ‘희망의 대순례’는 아시아 교회 전체가 경청과 참여를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연결하는 여정이었다. 고통받는 교회와 일부 국가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교회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기도 안에서 하나 되도록 돕는다는 사명 아래, 이번 대회는 아시아 신자들이 함께 걸은 순례의 기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국교회 대표단을 인솔한 송영민 신부(아우구스티노·주교회의 사무국장)는 “대회 참가자 구성부터 준비 과정, 진행 방식과 전체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노드 스타일’은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하나의 좋은 모델을 보여줬다”며, “평신도·청년·여성의 활발한 참여는 한국교회가 평신도 양성에 더 집중해야 할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2-1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16

시편 36장 10절
정녕 주님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주님 빛으로 저희는 빛을 보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