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세레나(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씨는 2022년부터 고혈압, 탈모, 체중 증가 같은 이상 증상이 계속됐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올해 5월에는 오랜 준비 끝에 지원한 회사의 최종 합격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신체검사에서 ‘이상 소견’이라는 통보가 날아왔다. 결국 탈락. 종합병원 정밀검사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질환, ‘쿠싱병(Cushing disease).’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50에 이른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투병.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 척수 파열로 인한 재수술, 이어진 자궁근종 수술과 난소 기형종 제거까지 벌써 네 차례 수술을 받았다. 치료비로만 2000만 원. 하지만 앞으로 받을 치료는 더 많다. 감마나이프 방사선 치료, 난소 관련 추가 수술, 내분비계 비급여 검사, 고가의 신약 테스트까지. 예상 치료비는 최소 1억 원, 길게 보면 2억 원을 넘는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종양이 1라도 남으면 증상이 다시 시작된대요. 지금 상태 유지도 쉽지 않다고 했어요. 완치는커녕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박 씨의 어머니는 2009년 뇌출혈로 쓰러져 16년째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가족의 생계와 병원비는 오직 아버지 박규봉(로베르토) 씨가 감당한다. 성당의 방호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 250만 원이 유일한 수입. 턱없이 부족하다.
박 씨는 지금 얼굴이 붓는 문페이스 증상, 전신 부종, 탈모, 30kg 이상의 체중 증가, 190에 가까운 혈압 수치까지 쿠싱병의 거의 모든 증상과 싸우고 있다. 한창 사회에 발을 디딜 나이에 닥친 질병으로 취업이 좌절돼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까지 겹쳤다. 사회에 진출해 인생 설계라는 부푼 꿈을 꿀 나이에, 박 씨는 지금 치료비와 가족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박 씨의 꿈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다. 병이 생기기 전까지는 전공을 살려 교육 봉사활동과 멘토링을 꾸준히 해왔다. 아프기 전에도 그랬고, 아픈 지금도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취업을 준비했던 것도 아프거나 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어요. 돈을 많이 벌어 후원도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치료와 생계를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간을 버틸 수만 있다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돌려줄 수 있어요.”
노원본당 주임 이윤헌(아우구스티노) 신부는 “세레나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어머니를 간병하고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바르게 살아왔다”며 “온 가족이 깊은 신심을 지닌 성가정인데 현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에 직면했기에, 따뜻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금 박 씨에게는 당장 생명을 지킬 치료비와 조금의 숨통을 틔워줄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줄 이들이 간절히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