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있는 이들은 인간의 법 앞에서 죄를 지었을지라도, 하느님의 눈에 결코 버려진 존재가 아닙니다.”
한국가톨릭교정사목전국협의회(회장 유정수 루카 신부, 이하 한교협)는 12월 14일 절두산 순교성지 병인순교 100주년 기념성당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례로 ‘감옥에 갇힌 이들의 희년’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전국 각 교구 교정사목 담당 사제와 수도자, 봉사자, 신자 교도관 모임 ‘성심회’ 회원, 법무부 관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정 현장에서 사목과 행정을 맡고 있는 이들의 소명을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여러분은 법 집행의 현장에서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잃지 말아야 하는 몹시 어려운 소명을 맡고 있다”며 “교도소는 차갑고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상처와 분노, 후회와 눈물이 얽힌 인간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건네는 한마디의 친절과 공정한 판단, 따뜻한 시선은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빛이 된다”고 격려했다.
미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한국 가톨릭 교정사목의 역사와 봉사자, 출소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한국 가톨릭 교정사목 이야기’를 시청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한교협은 2024년 총회에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한 희년 미사 준비를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법무부 교정본부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년 선포 칙서를 전달했다. 희년의 정신인 ‘희망’이 교정 행정 안에서 구현되길 바라는 뜻도 함께 전했다.
성심회 명예회장인 김재술(바오로) 인천구치소장은 이날 미사에서 “전국에 있는 수용자는 약 6만5000명에 이른다”며 “이들이 성찰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하느님의 작은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 자리에서 교정 현장의 구조적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특히 수도권일수록 그 상황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용자들이 많지만 이들을 치료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