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기관/단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 하혈·패혈증·불완전 유산…낙태약, 결코 ‘안전한 선택’ 아니다

김현아(가브리엘라)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김현아(가브리엘라)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약물 임신중절(medical abortion)’은 약물을 복용해 초기 임신을 인위적으로 종결하는 방법이다. 일명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수술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하고 간편한 대안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대체로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은 오히려 약물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약물 임신중절은 주로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이라는 두 가지 약제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여 이루어진다. 먼저 투여되는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자궁내막과 탈락막이 붕괴되어, 임신이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어서 투여되는 미소프로스톨은 강력한 자궁 수축을 유도하여, 이미 분리된 탈락막과 태낭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약물 임신중절은 이처럼 두 단계의 인위적 생리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물 이상 반응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복통·오심·발열 등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으로, 개개인에 따라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위험은 ‘과다출혈’이다. 만약 시간당 패드 두 장을 흠뻑 적시는 수준의 하혈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빈도는 낮으나 패혈증과 같은 감염 질환 역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다. 또한 약물에 의한 유산 과정으로 오인하여 자궁외임신 진단이 지연되거나, 태낭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 ‘불완전 유산’으로 인해 결국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해외 보건 당국이 이 약물을 엄격한 통제 하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고 등급인 ‘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부착하고 있다. 이는 의료진과 환자가 치명적인 출혈 및 감염 위험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출혈·감염·자궁외임신 진단 지연 등을 중점 감시 대상으로 지정하여 철저한 안전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 임신중절은 결코 ‘안전한 선택’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반드시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하에 신중하게 투여되어야 한다. 충분한 안전장치가 담보되지 않은 약물 사용은 오히려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김현아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17

시편 91장 14절
그가 나를 따르기에 나 그를 구하여 주고, 그가 내 이름을 알기에 나 그를 높이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