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이하 한가협)는 12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무제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가협은 “개정법률안의 입법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왜 여성이, 엄마가, 위정자들의 졸속행정과 과도하게 분열된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가협은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여성의 자기 결정권 후퇴라고 설명했다. 한가협은 “낙태가 ‘선택’의 문제가 되어 사실상 ‘낙태 자유화’가 된다면, 여성 스스로 원치 않아도 주변의 요구나 강요를 받고 낙태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라며 “진정한 자기 결정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낙태 자유화’가 아닌 여성이 아이를 낳고 걱정 없이, 불안 없이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와 분위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가 아닌 출산권 신장을 위한 제도 마련을 요청했다. 여성이 임신·출산·양육을 걱정 없이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전 과정에 걸친 의료비와 ‘양육비이행관리원’ 제도의 보완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학교 내 수유실이나 아이 돌봄 시설 확충과 산전·후 휴가 보장, 심리상담 등도 제안했다.
한가협은 “태아와 여성을 서로 대립되는 존재로 보지 않고, 양자의 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권리를 대변하는 일들과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현재 시도되고 있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에 대한 찬반이 야기한 분열과 갈등 속에 정작 소외되고 무시되고 있는 진정한 여성의 권리 상실에 깊은 우려와 상심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 등은 2025년 7월 11일과 23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의 가장 주된 내용은 1.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2.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하여
3. 낙태를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고
4. 사실상 임신 기간 전반에 걸쳐(만삭에도) 낙태를 허용한다는 것이며
5. 나아가 낙태 행위에 대해서 건강 보험 급여를 적용함으로써,
6. 국가가 공적 재정을 통하여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렇듯 낙태가 ‘선택’의 문제가 되어 사실상 ‘낙태 자유화’가 된다면, 여성 스스로 원치 않아도 주변의 요구나 강요를 받고 낙태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며, 아이를 출산해 양육하길 바라는 여성의 인권마저도 위험해질 것입니다. 흔히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여성이 낙태하고 싶을 때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만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자기결정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낙태 자유화’가 아닌 여성이 아이를 낳고 걱정없이, 불안없이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와 분위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는 다음의 제도 마련을 촉구합니다. 1. 여성이 임신·출산·양육을 눈치 보지 않고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지원과 제도 마련
2.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 걸친 의료비· ‘양육비이행관리원’ 제도의 보완 및 확대
3. 미혼부모 및 기혼부부에 대한 지원
4. 학교 내 수유실 및 아이 돌봄 시설 확충 등을 통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지원
5. 산전·후 휴가 보장, 심리상담, 찾아가는 복지 지원 등 여성이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여성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지원 속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출산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입니다. 또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한 부모를 지지하고 돕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태아와 여성을 서로 대립되는 존재로 보지 않고, 양자의 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4년이 넘는 입법 공백을 초래한 것은 입법자들인데 현재 시도되고 있는 낙태 자유화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여성들에게만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왜 여성이, 엄마가, 위정자들의 졸속행정과 과도하게 분열된 사회분위기에 떠밀려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까? 원해서 했든, 원치 않았어도 해야만 했든 낙태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대책이나 배려는 ‘낙태=여성의 권리’라는 말에서 이미 배제되어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7월 23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가 발표된 배경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는 이 안의 입법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쪽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저출생이 국가적인 위기라고 부르짖으며 막대한 예산과 국가의 인프라를 쏟아부으며 지원과 대책을 쏟아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렵게 찾아온 생명을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법안의 입법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이 극단적이고 모순투성이의 행태를 국민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이겠습니까? 한 국가의 모든 정책과 제도는 졸속이 아닌, 국가의 먼 미래까지 고려해서 정해지고 실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문화를 개선하는 활동, 사회복지의 지원 활동 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는 대한민국 천주교 신자의 절반 이상인 여성 가톨릭신자를 대표하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권리를 대변하는 일들과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서 위기에 처한 생명들과 그 어머니들, 생명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든 분들에게 필요한 은총과 용기, 지혜를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25년 12월 22일
한국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