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김비오(비오) 신부를 비롯한 4대 종교 성직자와 관계자들은 12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직접사과와 정부의 강제수사 촉구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김 의장이 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된 정황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김비오 신부는 “쿠팡 김범석 의장은 ‘미국인 경영자’라는 가면을 벗고 국민 앞에 나와 직접 사죄해야 한다”며 “기업의 범죄를 비호하는 공권력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라 자본의 하수인일 뿐”이라며 수사기관의 조속한 조사도 촉구했다. 이어 “김 의장은 사퇴 뒤에 숨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만든 살인적 시스템을 결자해지의 자세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4대 종교는 공동 입장문에서 “모든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며, 노동은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거룩한 행위”라며 “밤낮없는 로켓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과로사’라는 이름으로 스러져간 노동자들의 고통이 서려 있고, 생명을 수단으로 여기고 이윤만을 절대 선으로 숭배하는 기업의 탐욕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규탄했다.
이어 ▲쿠팡 본사에 대한 즉각적인 압수수색 및 강제 수사 착수 ▲실질적 경영권자의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 마련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하면서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의 가치가 이윤의 논리와 권력의 유착에 유린당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와 민주노총 쿠팡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편 김범석 의장은 2020년 10월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하다 귀가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의 과로사와 관련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직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김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한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해고된 전 임원의 왜곡된 주장”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