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해 온 서울대교구 가락시장준본당(주임 조대현 바오로 신부) ‘하상바오로의 집’이 새 보금자리 이전을 앞두고 뜻깊은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12월 24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시설을 찾은 1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성탄 선물을 전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이전하는 하상바오로의 집은 지난 시간 함께해 온 시장 상인, 이웃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됐다. 정 대주교는 직접 식판을 나르며 음식을 대접하고, 노숙인들에게 방한 점퍼와 내의를 전달했다.
정 대주교는 “이곳에서 제공하는 한 끼 식사에는 교회가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드님을 내어놓으신 성탄을 맞아,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한때 철거로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30년 이상 지속돼 온 사회공헌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장 내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다행히 이전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와 협의를 거쳐, 물류 동선과 분리된 물 정화 처리장 인근 녹지대 부지가 확정됐으며, 올해 2월 착공해 연내 132㎡, 2층 규모의 건물로 신축될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공유재산 취득 문제 등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됐고 이전 허가도 완료됐다”며 “이 모든 과정에 수고해 주신 조대현 신부님과 본당 신자분들의 선한 영향력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종옥(요셉) 본당 사목회장도 “교구장님과 구청장님이 함께해 주셔서 주님 성탄 대축일의 기쁨이 배가 됐다”며 "시설을 이전하게 될 2026년은 더욱 희망찬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1985년 서울 용산 청과물시장이 가락동으로 이전한 후, 길에서 굶주리던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결성된 ‘가락시장 교우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0년 하느님의 종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서울시에 시장 내 무료급식소 설치 협조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설립돼, 1991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1999년 서울시의 증·개축 공사 협조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는 가락시장준본당 신자, 성가소비녀회 수도자 2명,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돼 하루 평균 70여 명을 맞이하고 있다. 주 5일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하며, 샤워장 운영과 의류 지원 등 기본적인 생활 돌봄도 함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