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앉아 벽에 기대 있는 박춘옥(67)씨는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다. ‘추운데 어찌 오셨나요. 들어오세요.’ 그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반창고와 붕대로 뒤덮인 목엔 호흡을 도와주는 관이 연결돼 있었다. 고개를 들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진 관을 살짝 들어 올리자 쉭쉭 소리가 났다. 그제야 박씨는 호흡이 편해진 듯했다.
박씨는 손이 닿을 거리에 놓인 노트를 펼치고 볼펜을 꺼냈다. ‘2년 전에 서울대병원에서 루게릭 진단을 받았습니다. 팔에도 힘이 없어서 글씨를 쓰기가 힘듭니다.’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운동신경 세포가 손상돼 점차 근육이 약해져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현재로선 치료법 없는 희귀난치질환이다.
박씨는 언제 어떻게 돌발상황이 생길지 몰라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상태다.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병원비가 부담인 데다 병원에서 지내는 것이 더 고통스러워 집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달엔 자다가 호흡기가 빠졌는데, 제대로 처치하지 못해 큰일이 날 뻔했다. 아침 일찍 방문한 요양보호사가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받은 심폐소생술로 갈비뼈가 부러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날 이후로 숨 쉬기가 너무 괴로워졌습니다.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는 짧게 답을 써내려간 뒤 펜을 내려놓고 재빨리 관을 들어 올려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박씨는 옷수선학원을 다니며 수선일을 배웠다. 평생 홀로 살며 디자이너 의상실에서도 일하고 이후엔 옷수선 가게를 운영했지만, 2020년 건강이 나빠지면서 모든 걸 정리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왔다. 그러다 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언어 장애가 와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나서야 루게릭에 걸린 걸 알게 됐다. 식사는 배꼽 옆에 달아놓은 위루관으로 하루 한 번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그의 몸은 부서질 듯 앙상했다. 골절된 왼쪽 팔은 늘 쑤셔서 찜질 수건으로 감싸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3개월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에 간다는 그는 치료법이 없으니 상태만 확인받고 약만 타온다고 했다. 정부 보조금 90여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별도로 더 부담하는 요양보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가래를 제거하고 호흡관·위루관을 관리하기 위한 소모품 비용이 매달 들어가고 있다. LH 임대주택 월세까지 내고 나면 수중에 남은 돈은 없다. 요앙보호사 없이 최대한 혼자 지내보려 노력도 해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뿐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후견인 :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이재국 신부
“박춘옥님은 루게릭 병으로 큰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 또한 큰 상황입니다. 혼자 모든 고난을 감당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자매님을 위해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도와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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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옥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8일부터 24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