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다.”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한복판,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를 어깨에 멘 채 저는 이 파격적인 문장을 온몸으로 내뱉습니다. 저는 지금 교구 성음악위원회 산하 뮤지컬 극단인 앗숨도미네의 작품 <VIA DOMINI-주님의 길>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배역은 예수님입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느껴지는 비장함부터 골고타 언덕에서의 처절한 죽음까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의 신비’를 연기하면서 저는 10년 전 첫 무대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무대 뒤편 어둠 속에서 시작된 여정이었습니다.
저와 앗숨도미네의 인연은 201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무대 위 주인공을 꿈꾸는 배우가 아닌, 무대 뒤편 어둠 속에서 땀 흘리며 공연을 돕는 스태프였습니다. 공연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소품의 위치를 맞추고, 세트를 정리하는 일을 했던 제게 신앙이란 그저 주일에 성당에 가고, 정해진 성경 구절을 읽고 쓰는 정적인 의무에 가까웠습니다. 하느님은 늘 멀리 계신 분 같았고, 성경은 오래된 종이 위의 활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대 위 배우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에너지와 간절한 찬양의 노래를 목격하며 나는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빛날 때, 차가운 활자로만 존재하던 하느님의 사랑이 그들의 역동적인 목소리와 몸짓을 통해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스태프에서 시작해 물을 전해주던 이름 없는 단역 ‘돌쇠’ 역할을 거쳐, 이제는 만백성의 죄를 짊어진 예수님 역할에 이르기까지 제 무대는 점차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넓어진 무대만큼이나 하느님과의 거리도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동경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먼지 자욱한 연습실과 백스테이지를 거치며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주님의 길(Via Domini)’은 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대 예술을 통해서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난 10년은 하느님께서 저라는 투박한 흙을 무대라는 물레 위에 올려놓고 정교하게 빚어오신 단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상상만 하던 하느님이 아닌, 내 몸을 빌려 숨 쉬는 그분을 만났을 때 제 기도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 경이로운 체험의 기록을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글 _ 김승현 대건안드레아(앗숨도미네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