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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빚은 신앙] 그의 대사를 읊으며, 나의 기도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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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고요한 벽면을 채운 성화가 정지된 화면 속의 ‘보이는 성경’이라면, 우리 앗숨도미네의 성극은 배우의 근육과 숨결, 그리고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타고 흐르는 ‘살아있는 성경’입니다. <VIA DOMINI - 주님의 길>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부터 골고타 언덕에서의 처절한 죽음까지, ‘고통의 신비’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처음 대본을 받아 들고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내게 단순한 암기가 아닌 기도이자 묵상이 되었습니다. 대본의 빈 여백은 어느덧 나의 눈물과 하느님을 향한 질문들로 채워졌습니다. 신성을 가진 구원자가 아닌, 죽음 앞에서 공포에 떨며 절규하는 ‘인간 예수’의 고독을 마주하는 일은 매번 영혼을 깎아내는 듯한 통증을 동반했습니다.


이전 나의 신앙은 참으로 평온하고 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떨리는 눈물과 거친 숨소리에 나의 감정을 투영하며 복음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단순히 읽는 자에서, 말씀의 역사 속으로 직접 발을 내딛는 자가 된 것입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시던 그분의 절박함이 나의 손끝으로 전해지고, 채찍질의 고통이 나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마다 복음서의 행간에 숨겨진 그분의 진짜 사랑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배우로서 특정 인물의 삶에 깊숙이 침잠할수록 나는 역설적인 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나’라는 자아를 잠시 내려놓고 ‘그분’의 삶을 입으려 애쓸 때, 오히려 내 안에 숨어있던 가장 순수한 신앙의 본질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를 철저히 비워내고 연기자의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무대 위에 ‘그분’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는 예술의 진리는, 나를 비워야만 하느님으로 채울 수 있다는 신앙의 진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신앙이 관념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으로 빚어내는 역동적인 삶의 태도임을 배웠습니다. 연습실의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엎드려 바치는 기도가 성전의 장엄한 미사만큼이나 거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본은 이제 내게 단순한 연기 지침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가장 뜨겁게 대화하는 나만의 기도서가 되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그분의 대사를 읊조릴 때마다 나는 비로소 내가 가야 할 진정한 신앙의 길을 발견합니다.


나의 연기가, 나의 이 땀방울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보이는 말씀’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하느님의 사랑을 새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는 오늘도 무대라는 거룩한 성전 위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그분을 만날 준비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로 빚어가는 나의 신앙이며, 내가 하느님께 봉헌하는 단 하나의 삶의 찬미가입니다.



글 _ 김승현 대건안드레아(앗숨도미네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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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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