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숨도미네의 단원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문 배우들이 아닙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평범한 아마추어들입니다. 퇴근 후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늦은 밤 연습실 문을 열 때면,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유혹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바로 극단의 이름이자 고백인 “Ad Sum, Domine(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라는 정신입니다.
“주님, 비록 지치고 부족하지만 당신을 위해 제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이 비장한 응답이 있기에 우리는 피로를 기도로 승화시키며 수십 번 반복되는 고된 연습을 기쁘게 견뎌냅니다.
서로의 눈빛을 읽고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의 호흡’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기적입니다. 누군가 대사를 놓쳐 당황하면 상대 배우가 깊은 눈빛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 빈틈을 채워주고, 격한 감정에 호흡이 흔들리는 동료를 위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템포를 맞춰 기다려줍니다. 나 혼자 돋보이기 위해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대사를 온전히 듣고 반응하기 위해 나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배운 ‘공동체 기도’의 본질입니다.
공연 시작 5분 전, 모든 조명이 꺼진 암흑 같은 백스테이지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경당으로 변합니다. 직업도, 나이도, 배역도 다른 우리 모두가 서로의 차가운 손을 맞잡고 둥글게 모여 섭니다. 떨리는 침묵 속에서 바치는 간절한 화살기도는 그 어떤 장엄한 대성당의 미사보다 뜨겁습니다.
“주님, 저희는 당신의 도구일 뿐입니다. 오직 당신만이 드러나소서.” 이 고백 속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주인공은 없으며, 하느님이라는 위대한 연출가 아래 모인 겸손한 일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막이 오르고 핀 조명이 나를 비추는 순간, 무대 뒤의 떨림은 사라지고 기이한 평온이 찾아옵니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통로’가 됩니다. 내가 내뱉는 대사가 나의 목소리가 아닌 그분의 음성으로 관객들의 귀에 닿기를, 나의 눈물이 그분의 슬픔으로 그들의 가슴에 스며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연기합니다. 나는 그저 비워진 그릇이며, 그 안을 채우고 흘러넘쳐 객석으로 향하게 하시는 분은 오직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무대 위의 모든 막이 내리고, 화려했던 조명도 꺼질 시간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커튼콜의 박수 소리가 잦아든 후, 분장실의 거울 앞에 선 한 인간의 모습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무대를 내려온 예수는 과연 어떤 얼굴로 일상이라는 진짜 세상과 마주하게 될까요?

글 _ 김승현 대건 안드레아(앗숨도미네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