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수명 만료로 3년 전 멈췄던 부산 고리2호기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빠르면 이달 중으로 재가동에 들어간다. 이에 지역·시민사회계를 비롯해 반대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역 사회는 원전 가동집행 중단 소송인단을 모집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행동에 착수했다.
부산 및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는 지난 1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무리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백지화 시민소송단에 따르면 모집 한 달여 만에 1100명 이상 이름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소송인단은 10일 서울과 부산 양측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소송인단은 “까다로운 참여 절차와 짧은 모집 기간에도 불구하고 1100명 넘는 시민들이 원고로 나선 것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핵 폭주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준엄한 민심의 발로”라고 밝혔다.
소송인단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정일(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한수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중대사고 발생 시 주민 보호 대책 등 필수 항목을 누락했는데, 예를 들어 ‘방사선 물질이 발전소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전제로 평가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인단 중 상당수가 원전 인근 80㎞ 내(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거주민일 것으로 추산됐다”며 “본안 소송 과정에서 한수원의 부실한 안전성 평가 증거가 명확히 확보되는 시점에 맞춰 전략적으로 집행정지 신청 역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고리2호기 재가동 추진이 △안전성 위협 △절차적 위법성 △경제성 모호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고리2호기는 가동 중단 전 최근 4년 평균 가동률이 54(국내 전체 원전 평균 83)로 이미 잦은 고장과 설비 노후화로 정상 운전이 불가능하다”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시 주민 의견 반영률은 고작 0.02였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기당 2조 원 이상 투입하는 반면, 한수원은 고리2호기에 1800억 원만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고리2호기는 국내 최고령으로 2023년 4월 설계 수명 만료(40년)로 멈췄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및 산업 발전으로 인한 전력 수요 대응과 안정적 전력 공급을 이유로 재가동이 추진됐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계속운전을 허가해 2033년 4월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에 이은 세 번째 계속운전 사례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