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학살터 위에 세워진 제주교구 중문성당(주임 고병수 요한 신부)이 ‘치유와 평화의 새 성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문본당은 2월 28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 천제연로 149 현지에서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주례로 ‘제주교구 중문 치유와 평화성당 기공식을 개최한다. 새 성당은 약 1322㎡ 규모로 건립되며 2027년 7월 초순 완공 예정이다. 기존 성당은 122㎡ 규모의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새롭게 활용되며, 성모 경당과 기념탑도 함께 조성된다.
중문성당 자리는 4·3 당시 도내 주요 학살터 가운데 한 곳이다. 2018년 10월 전임 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4·3 기념성당’으로 지정한 후, 매년 4월 3일 기념미사가 봉헌되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품어왔다.
새 성당 건립은 지난해 1월 고병수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본격화했다. 고 신부는 교구와 관련 논의를 거쳐 기금 조성과 건립 준비에 나섰고, 특히 수원교구 황창연 신부(베네딕토·성필립보생태마을 원장)가 약 3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황 신부는 앞서 중문성당 사제관 건립에도 기여한 바 있다.
새 성당 설계는 단국대 명예교수인 김정신(스테파노) 건축가가 맡았다. 김 교수는 중문성당과 한라산, 제주4·3평화공원이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남서-북동 축에 위치한 점에 주목해, 성당 건물을 대지의 남북축에서 45도 꺾인 동북-남서 축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성당 내부축 길이를 1.4배 확장하고 전면 광장을 확보했다. 또 제단과 세례대를 잇는 축을 중심으로 한라산과 4·3평화공원이 성당 내부로 스며들도록 제단 후면은 유리로 마감할 예정이다. 광장은 미로, 즉 만다라 패턴으로 포장해 ‘깨달음을 향한 내면의 길’을 드러낸다.
‘치유와 평화의 탑’으로 불릴 기념탑은 높이 13~15m 높이의 4개의 기둥과 3개의 길, 상중하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둥 옆벽에는 동판 부조로 4·3 관련 기록과 추모 시가 새겨지며, 상중하 공간은 삼위일체 하느님이 머무시며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를 주시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번 새 성당 건립은 ‘기억하는 교회’에서 더 나아가 ‘치유하는 교회’로 향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아울러 단순한 건축 사업을 넘어 교구가 걸어온 아픔의 역사와 앞으로의 사명을 함께 담아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신학적으로는 신앙의 역사적 구현, ‘부활 신앙’의 역사적 실천, 참회하는 교회의 표징, 화해의 성사로서의 공간이라는 의의를 담는다”며 “시대의 아픔이 서린 중문성당 터에 새 성당이 건립됨으로써, 이곳을 치유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4·3 희생자와 그 가족, 외국인 사제들 그리고 교회의 노력이 널리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이어 “폭력으로 찢어진 역사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안에서 화해와 희망의 이야기로 다시 쓰는 공동체적 신앙 고백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침묵의 장소를 기억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자, 보복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선택한 공동체의 선언이며, 지역 공동체를 다시 잇는 ‘연결의 성소’”라고 의미를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