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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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서품] 교구장 이용훈 주교 서품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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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수원교구와 한국천주교회는 큰 은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병자들의 위로자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리는 이 거룩한 날에 곽진상 제르마노 신부님께서 거룩한 어머니신 성 교회의 주교로 서품을 받으시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람의 삶의 주어진 중대한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보편교회와 우리 수원교구가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 앞에 다시 서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하느님께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이 은총의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주 하느님의 영이 제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이 말씀은 단지 과거의 예언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 교회 안에서 다시 울려 퍼져야 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주교로 서품받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이 기쁜 소식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또 자신의 삶으로 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보편교회와 우리 수원교구가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 앞에 다시 서는 날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다가가 하느님 위로 전하는 사명은 주교님께 특별히 맡겨진 직무



주교는 자신의 능력이나 계획에 따라 파견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보내심을 받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이들, 상처받은 이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다가가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는 사명은 오늘 새로 서품받는 주교님께 특별히 맡겨진 직무일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우리는 에페소의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 자신과 온 양 떼를 잘 살피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을 감독자로 세우셨습니다”라고 말하며 교회의 책임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주교직은 인간의 선택이나 영에서 비롯된 게 아니고 성령께서 맡기신 직무입니다. 그러기에 바오로 사도는 눈물과 시련 속에서도 교회를 위해서도 자신을 내어놓았고,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고 공동체와 함께 절실하게 기도합니다. 오늘의 주교 서품도 그 장면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수와 기도를 통해 사도들의 사명이 우리 가운데서 다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고 계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하나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은 주교직의 본질을 가장 깊이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주교는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부름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선택된 사람입니다. 


주교직은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십자가의 길이며 자기를 내려놓을 때만 열매를 맺는 사명입니다. 오늘 새 주교님께서는 이 말씀 안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다시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주교는 군림하는 이가 아니라 섬기는 목자입니다. 앞장서 걷되 양들 위에 서지 않으며 언제나 양들과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길을 잃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상처 입은 이들의 곁에 머물며, 말보단 삶으로 명령보단 동행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교회가 주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며 오늘 주님과 교회가 새 주교님께 맡겨드리는 사명입니다.


제르마노 신부님께서는 주교 사목 표어로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라는 말씀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는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 제7권 10장에 나오는 말씀으로 “네가 나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네가 내 안에서 변화되어야 한다”라는 깊은 영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표어는 새 주교님 개인의 다짐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초대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교회의 참된 쇄신은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 머무를 때 시작됩니다. 새 주교님께 먼저 변화되기를 원하신다는 이 겸손한 고백은 목자의 가장 아름다운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주교가 된 후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교로서 여러분에게 무엇이 될지 두렵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주교는 군림하는 이 아닌 섬기는 목자
말보단 삶으로, 명령보단 동행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



오늘 제르마노 새 주교님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주교직은 큰 책임이며 때로는 외롭고 두려운 길이지만 그 길은 주님께서 먼저 걸어가신 길이며 교회 공동체가 동행하는 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교는 혼자서 교회를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사제들과의 일치 안에서 수도자들과 친교 안에서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 전체의 기도와 협력안에서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새 주교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십시오. 평가하기 전에 기도해 주시고 기대하기 전에 먼저 동행해 주십시오. 그럴 때 우리 교회는 복음적이고 더욱 따듯한 신앙 공동체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모든 지향을 루르드의 성모님께 봉헌합니다. 병든 이들의 아픔을 품에 안아주시는 성모님께서 새 주교님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켜주시고 우리 구원의 빛인 수원교회를 언제나 당신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로 이끌어주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이 땅에 신앙의 씨앗을 뿌린 우리나라의 순교성인들과 복자들의 전구 안에서 우리 모두가 복음의 참된 증인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합시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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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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