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사순 시기를 맞아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갈라 6,2)를 주제로 사순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메시지에서 “사순은 단순히 새로운 의무를 더하는 시간이 아니다”라며“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며, 복음의 빛 안에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식별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어 “급변하는 국제적·지역적 사회 환경과 세대 차이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겉으로는 잘 견디는 듯 보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피로와 외로움, 불안과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정 대주교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갈라 6,2)를 언급하며 이 말씀이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이라고 밝히며 “그리스도의 율법은 다른 이의 짐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함께 짊어지는 사랑 안에서 완수된다”고 덧붙였다.
메시지에서는 특히 오늘날 우리 공동체가 지녀야 할 태도로 ‘경청’과 ‘동반’을 제시했다. 정 대주교는 “판단보다 ‘경청’으로, 무관심보다 ‘동반’으로 다가가며, 서로 다른 처지와 생각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한 사람’을 발견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하며 “이러한 태도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조용하지만 분명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이번 사순 여정이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과도 맞닿아 있음을 언급하며, 한국 교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짐을 기도로 나누며 이를 주님께 맡겨 드리는 공동의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대주교는 기도와 단식, 사랑의 실천, 그리고 미사성제와 말씀 묵상을 통해 사순 시기를 살아가도록 초대하며, 사순은 “혼자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시간”임을 강조했다. 이어 “서로 남의 짐을 함께 지고 걸어갈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며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2026년 4월 5일) 전 40일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 회개, 기도로써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를 보낸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2026년 2월 18일)에 시작한다.
다음은 정순택 대주교 사순 메시지 전문.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
(갈라 6,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든 가정과 공동체 위에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를 맞아,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향해 나아가는 회개의 여정에 들어섭니다. 사순은 단순히 새로운 의무를 더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며, 복음의 빛 안에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식별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한가운데서 복음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적·지역적 사회 환경과 세대 차이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잘 견디는 듯 보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피로와 외로움, 불안과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 한가운데에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우리를 다시 일깨웁니다.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갈라 6,2)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닙니다.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이며, 우리가 따르도록 초대받은 복음의 방식입니다. 그리스도의 율법은 다른 이의 짐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함께 짊어지는 사랑 안에서 완수되기 때문입니다.
사순 시기는 바로 이 사랑의 방식을 다시 배우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것을 당신 몸에 지니신 채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 길을 통해 고통과 죽음이 끝이 아님을,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삶 안의 짐과 상처 또한 그저 의미 없는 무게가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 안에서, 이번 사순을 보내는 우리 자신과 공동체가 서로의 짐에 더욱 민감해지기를 바랍니다. 판단보다 ‘경청’으로, 무관심보다 ‘동반’으로 다가가며, 서로 다른 처지와 생각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한 사람’을 발견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조용하지만 분명한 증언일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동반의 태도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삶의 무게 앞에서 쉽게 지치고 흔들리는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신앙의 가장자리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사순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완벽한 이들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짐을 함께 지며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임을 우리의 삶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동반의 길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향해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도 계속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짐을 기도로 나누며, 이를 주님께 맡겨 드리는 공동의 발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여정을 우리의 삶 안에서 더욱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사순 시기 동안 기도와 단식,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삶을 단순하게 가꾸고 정화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사성제와 말씀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성체성사는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자리이며, 바로 그러하기에 그분의 사랑을 다시 일상 속에서 살아내도록 우리를 파견하는 은총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은 혼자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우리는, 사순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서로 남의 짐을 함께 지고 걸어갈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며,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순 여정이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과 더 깊이 화해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