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소년을 촉법소년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하면서, 소년범죄 처벌에 대한 찬반 의견이 다시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 남부교도소에는 소년수 전담 교정교육기관인 만델라소년학교가 있는데요.
이곳 소년수들은 배움과 성찰, 그리고 기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푸른 수형복을 입은 소년수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옵니다.
사제와 수녀, 신학생이 책상에 제대보를 깔고 미사를 준비합니다.
매주 수요일, 남부교도소 만델라소년학교의 종교 수업 시간입니다.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미사 현장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날 천주교 수업에 들어온 12명 중 천주교 신자는 단 1명 뿐입니다.
낯설지만 독서부터 화답송, 신자들의 기도까지 열심히 참여합니다.
<독서 현장음>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을 굽어보시고 사람의 행위를 낱낱이 아신다."
이곳에서 드리는 미사와 기도는 단순한 종교활동이 아닙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이승민 신부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오늘 복음은 재수강 안내문에 가깝습니다. 이번에 틀렸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소년수들이 미사 중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는 평화의 인사.
짧은 악수와 포옹으로 서로의 평화를 빌어줍니다.
대부분 신자가 아니다보니, 영성체 시간은 사실상 안수 시간입니다.
사제는 소년수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미사 후엔 소년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나눕니다.
만델라소년학교는 2023년 3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육기관입니다.
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도관과 대학생 등이 소년수들을 가르치는데, 4회 연속 검정고시 전원합격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희 가브리엘 / 만델라소년학교 교사>
"여기가 단순히 학교나 학원이 아니다. 그냥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항상 네가 과거에 잘못했던 것들, 그런 것들을 항상 반성하는 마음도 가장 우선해야 되고. 사회가 너희들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거니까 그것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을 하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인성교육을 겸해 실시되는 종교수업을 담당하며 소년수들과 동반하고 있습니다.
<A 군 / 만델라소년학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야 되나… 한 명 한 명씩 편하게 해주시려는 모습이 감사합니다."
<이승민 신부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어우 너무 고마운데요. 그렇게 얘기해줘서. 약간 눈물 날 것 같았어요. 저희가 이 아이들과 동반을 한다는 건 이 아이들한테 뭔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일이 아니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느껴줬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희준 아기 예수의 데레사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봉사자>
"과거와 상관없이 너희를 아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소년수들에게 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소년수들은 기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승민 신부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처벌? 해야 합니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해야죠. 그래야 같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대신에 처벌과 함께 이 사람이 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거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