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탈시설 정책은 충분한 의료·돌봄·의사결정 지원 체계 없이 ‘자립’과 ‘자기결정’을 명분으로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강제 퇴소시켜 생명권을 위협한다. 특히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은 지자체와 운영 법인의 행정적 합의만으로 결정되는 ‘법적 진공 상태’에 놓여 있다. 실제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탈시설 시범사업 과정에서 비전문인력의 방임과 심각한 의료·돌봄 공백으로 발달장애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둘러싼 생명권 침해 논란이 국회에서 공론화됐다.
한국카리타스협회는 2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 이준석(안드레아) 개혁신당 당대표, 강득구(요셉)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등이 공동 주최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의 공익제보자인 박대성 물리치료사는 “‘안 된다’고 소리쳐 줄 부모도, 억울함을 호소할 언어도 없는 중환자인 그들을 의료진 없는 곳으로 내보내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명시한 ‘치료받을 권리’(제25조)와 ‘살 권리’(제10조)를 박탈하면서, 오직 물리적 공간만 옮기는 것이 과연 정의냐”고 반문하며 장애인들을 강제 퇴소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법적 안전망 형성을 촉구했다. 프리웰은 동의서 위조와 대리 서명으로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을 강제 탈시설시켰다는 제보와 언론 보도가 이어진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 집’의 운영 주체다.
향유의 집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거주 장애인의 신체 상태를 정밀히 파악했던 박 물리치료사는 “무연고 장애인의 거주 이전 결정권을 사실상 갖고 있는 시설장이 서류를 꾸미고 도장을 찍는 ‘셀프 퇴소’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병원을 통해 진행한 거주 장애인 30여 명의 종합재활평가 결과를 밝히며, “근력도 ‘완전 마비’ 상태에 인지 능력도 0점에 가까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미는 것은 자립 지원이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라고 전했다.
한국카리타스협회 정책위원인 이병훈 신부(요한 세례자·대구대교구 포항 들꽃마을 원장)는 제1발제에서 ‘(거주 장애인이) 행동으로 분명히 의사를 표현했다’는 프리웰 측 이해관계자의 주관적 진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리적 반응을 법적 의사 표시로 유추했던 사법부의 지난 판결을 언급하며, 정책적 관성에 매몰돼 의사 표현 불능 장애인의 실질적 생존권을 간과하는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제 인권 기준에서 문제의 핵심은 시설·탈시설이 아니라 누가, 어떤 절차로, 누구의 이익과 의사를 검증하며 결정을 내리는가에 있다”며 “‘공적 옹호인 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단체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적 옹호인이 무연고자의 모든 중대 결정에 참여하고 그들의 생명을 보호할 의학적 검증 절차를 법제화하는 ‘장애인요양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