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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복음] 부활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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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인도주의와 평화주의가 무르익었고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서 밝혀진 전쟁범죄에 대한 분노가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협약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제네바 협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협약이 체결된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에서는 전쟁이 발발합니다. 그렇게 3년간 33개 국가가 함께 참전하게 되었던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UN군과 북한군이 협정을 맺으며 끝나게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의 일이었습니다. 제네바 협약으로 전쟁 포로를 교환해야 했고, 전사자들의 시신을 인도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창기 북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명분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합니다. 끈질긴 협정 끝에 포로 교환에는 동의하지만, 시신 교환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당시 한국에서는 전사자의 시신을 방치할 수 없기에 훗날 제네바 협약으로 이뤄지게 될 시신 교환을 위해 파주 적성면에 적군 묘지를 만들고 중국군과 북한군의 시신을 안장했습니다.


2016년까지 중국군 시신은 중국으로 보냈지만 아직도 북한군들의 시신은 묘지에 남아있습니다. 이 묘지는 다른 묘지들과 다르게 북향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시신 교환이 이뤄진다면 고향으로 가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때까지만이라도 고향 땅을 바라보라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묘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적인 논리에 사로잡혀 ‘왜 적군의 무덤을 만들어 놓았냐’라고 항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제 협약에 의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 무덤을 조성해 두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국군의 시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군인은 약 13만 명, UN군은 약 7400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유해는 지금 우리나라 땅에도 있을 것이지만 북에도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북한군의 유해도 보존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존된 이들은 지금 북을 바라보며 누워있습니다. 문이 열린다면, 송환이 시작된다면, 바로 북으로 가기 위함이지만 이미 7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송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고향만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은 부활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고향 땅을 밟아보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는 부활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부활을 원하고 있습니까? 어쩌면 그냥 일상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파주에는 진정 부활을 원하는 시신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고향 땅을 밟고 싶은 마음뿐일 것입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진정한 부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 _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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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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