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와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복음 정신에 충실한 ‘파격’과 안주하지 않는 역동적인 교회상을 제시한 데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와 우리신학연구소, 가톨릭평론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주기인 4월 21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의 유산’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가 각각 발제를 맡아 다양한 관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사목을 조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 정신에 맞지 않으면 제도와 전통, 교리도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런 파격적인 모습이 바로 교황이 우리 교회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교황이 교황 명에 담긴 의미를 선종 때까지 한결같이 실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교황이 재임 기간 내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고 대하는 모습에서 교회 지도자로서의 연출이 아닌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축성생활신학회 국춘심 수녀(방그라시아·성삼의 딸들 수녀회)는 교황이 축성생활자들의 소명과 정체성을 새롭게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국 수녀는 교황 자신 또한 복음과 멀어진 교회의 모습을 하느님과 백성 앞에 고발하는 예언자적 모습을 보여 줬다며, 이를 중요한 유산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국 수녀는 “교회 안에서 축성생활자들의 고유하고 특수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교황은 ‘예언자’라고 답했다”며 “예언직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해당하지만, 축성생활자들에게 ‘예언자적 현존과 증언’이라는 과제가 더욱 강력하게 부여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를 갈등이 없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진실이 드러나는 역동적인 공동체로 바라봤다고 평가했다.
박 신부는 “교황은 교회가 침묵과 합의로 갈등을 드러내지 않는 ‘가짜 평화’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재임 기간 전통과 개혁, 교도권과 양심, 자비와 규율 등 사이의 긴장은 오히려 두드러졌지만, 교황은 교회가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이 아프게 드러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은 이러한 긴장과 대립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리려는 게 아니었고, 오히려 대립을 남겨두며 성장을 견디는 방식을 택했다”며 “이는 교황이 교회를 ‘결정하는 기계’가 아니라 시간의 과정 안에 있는 역동의 공동체로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발제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 준 ‘복음에 충실한 교회’의 모습이 선종 이후 충분히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소장은 “한국교회를 보더라도 교황 선종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럼에도 교황이 걸었던 교황직은 쇄신의 원천이자 동력으로 신자들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