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가 하느님의 종 김범우(토마스, 1751~1786) 순교 240주년을 맞아,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상·하방리 옛 단양성당 터 일원을 ‘단양 김범우 순교성지’로 선포한다. 공식 선포 일자는 5월 31일이다. 교구는 공식 선포일 당일 오후 2시 성지에서 조규만 주교 주례로 성지 선포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조선 왕조 치하 순교 133위 중 한 명으로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김범우 순교자는 서울 출신 역관(譯官)으로, 이벽(요한 세례자)에게 교리를 배우고, 1784년 겨울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은 한국교회 초창기 주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동안 김범우의 유배지와 선종 장소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교구는 2025년 5월 24일 충북 단양 올누림센터 강당에서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 2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김범우가 단양에 귀양 왔으며 단양에서 순교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확인하고 학술적으로 논증했다. 옛 단양성당 아래 위치한 동헌(東軒)과 형옥(刑獄)은 김범우를 비롯한 순교자들이 흘린 피와 땀, 신앙 고백이 얼룩진 곳이기도 하다.
김범우는 1785년 봄 서울 명례방 자택에서 신앙 집회 중 체포돼 형조로 압송되면서, 한국교회 첫 박해인 을사추조적발사건의 중심인물로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양반들은 훈방됐지만, 중인이었던 김범우는 형조판서의 강요와 거듭된 형벌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굳게 증언했다.
이후 그는 노역형이 부과되는 도배형(徒配刑)을 받아 단양으로 유배됐으며, 유배지에서도 한결같이 큰 소리로 기도를 바치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다. 하지만 결국 형벌의 후유증으로 쇠약해진 그는 1786년 선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