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성월, 가장 고운 꽃 모아 성전을 꾸밀 수 있는 제일 좋은 시절이다. 그 고운 꽃들 중 ‘기도의 정원’ 연재의 문을 여는 꽃으로 장미를 소개한다. 5월에 찬란하게 만발하는 ‘꽃의 여왕’. ‘하늘의 여왕’이신 성모님께 장미만큼 잘 어울리는 꽃이 또 있을까.
장미는 구약 성경에서 처음 언급된 이래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리스도교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꽃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 되었다.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는 장미 줄기에 가시가 없었으나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부터 줄기에서 가시가 돋았다고 한다.
동정녀 마리아는 원죄에 물들지 않은 존재이므로 ‘가시 없는 장미’라고 불렸고, 이에 화가들 사이에서는 ‘장미와 성모 마리아’나 ‘장미 덩굴 아래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는 것이 한때 크게 유행했다. 장미는 원죄 없는 잉태, 성모 승천, 천상 모후의 관을 받는 마리아를 그린 성화에도 많이 등장했으며, 특히 성모 승천을 묘사한 작품에서는 마리아의 빈 무덤 앞에 백합과 함께 그려지곤 했다.
인류는 약 2500~3000년 전부터 장미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미는 야생 덩굴장미의 일종인 개장미(Rosa canina)다. 이 장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풍성한 화형의 현대 품종 장미와 달리 꽃잎이 다섯 장뿐인 수수한 외모의 홑꽃으로, 지금도 독일 힐데스하임 대성당 뒷벽에서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성당이 연합군으로부터 폭격을 당했을 때도 이 장미 뿌리는 잔해 속에서 살아남아 꽃을 피웠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종·교배종·품종이 탄생한 만큼 장미는 색감이나 화형, 크기가 다양해 절화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가장 보편적이고 무난한 꽃 중 하나이기에, 장미 없이는 제대를 비롯한 성전 장식이나 꽃 봉헌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리적인 봉헌은 물론 영적인 봉헌도 마찬가지다. 수줍게 오므린 꽃봉오리처럼 동글동글한 묵주 알을 손으로 굴리며 성모님께 장미를 한 송이씩 바치는 것이 로사리오(rosario) 기도, 즉 묵주기도로, 로사리오는 ‘장미 정원’‘장미 화환’을 뜻하는 라틴어 로사리움(rosarium)에서 유래한 단어다.
장미는 꽃 색깔마다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 붉은색은 열정과 사랑, 흰색은 순수함 또는 죽음, 복숭아색은 겸손과 순결, 분홍색은 은총과 행복, 인공적인 염색으로 만들어낸 파란색 장미는 기적을 상징한다. 물론 성전 장식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전례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결국 모든 꽃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그 꽃을 하느님께 드리는 나의 진심과 그 순간의 맥락 속에서 의미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