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청소년들의 학습 방식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자기 이해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 가톨릭 교육은 학생들이 AI의 답을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5월 16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AI 시대, 가톨릭 교육: 생명의 교육을 위한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2026년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제1발표를 맡은 Anthro Pick AI 연구소 김상호(토마스 아퀴나스) 소장은 인간의 지능과 비교해 AI가 지닌 한계를 짚었다. 김 소장은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동할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도구 ‘Ollama(올라마)’를 사례로 들며, 일부 경량 언어모델이 비교적 작은 용량으로도 인간과 유사한 문장을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인간의 사고 구조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통계적 패턴 학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AI가 내뱉은 말의 진실은 통계적 필연성이 모인 임시 데이터 세트(temporary data set)에 기반한다”며 “사용자로 하여금 AI가 실제로 사고하고 행위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이 신격까지도 계산해 모사(模寫)하는 AI의 답을 맹신할 때, 가톨릭 교육은 계산되지 않는 삶의 모범으로 청소년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발표를 맡은 가톨릭대학교 교수 방종우 신부(야고보·서울대교구)는 AI를 인간 존재와 인식, 윤리적 책임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현실로 바라본 교황청 공지 「옛것과 새것」을 기초로 AI 시대 청소년 교육의 방향을 살폈다.
방 신부는 미국 등지에서 청소년들이 AI 챗봇과 지속적으로 대화한 뒤 왜곡된 인식을 갖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초래하는 관계 왜곡을 경고했다. 또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청소년들의 탐구와 성찰 과정을 생략하게 해 비판적 사고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 신부는 “가톨릭 교육은 AI를 단순히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정보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며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문과 나눔 세션에서 동성고등학교 교사 김자원(낸시) 씨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이 단순히 답을 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해하고 따져 보는 통합적인 작용’이라면, 학습의 본질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사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어디에서 막혔고, 어디에서 AI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살폈는지’를 기록하게 하는 성찰적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계성초등학교 교사 조기성(실베스테르) 씨는 “유아·초등 시기에는 문해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방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AI 도구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어린이들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